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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을 끌어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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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1회 작성일 16-09-1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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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을 끌어안다

 

이영균

 

 

울 안, 큰 나무가 좋았던 건 한여름 그늘 깊었기 때문이었다

낭랑하게 읽히던 잎들이 제법 낭송가의 멋진 음색으로 바뀌는 계절 좋았던 건 또

가을과 어우러지는 단풍의 화음 때문이었다

 

과연 그 나무를 좋아한 까닭이 그뿐이었을까?

나무의 허리 위 잎의 변화가 그의 전부인 양 봐왔기에

 

세상의 비난이 빗발치던 날 그가 빗발 피할 우산으로 날 기다려준 것도

계단을 오르지 못해 주저앉았을 때도 어깨를 안아주며 도약을 응원하던 것도

늘 내 곁에 있어 준 나무, 나는 너무도 가벼이 여겼었다

 

내가 곤해져서야 돌아보고는 그도 함께 아팠다는 걸

세파에 허덕이던 나처럼 새와 벌레에 잎이 시들고 가뭄에 뿌리가 말라

성치 못하다는 걸 알았다

 

너무 늦은 깨달음에 나무는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그제야 나는 작은 나무로 흙탕물에 선다

 

큰 나무인 아버질 대신하려

 

 

 

* 올 한가위는 부모님 모시고 행복하게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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