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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휘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0회 작성일 16-09-13 22:19

본문

누구의 기억도 없는 곳에 거미줄을 치고 숨었다
이따금 찾아드는 이가 걸려들어 몸부림 칠 때도
다른 이가 두려워 움직이지 않았다
평소처럼 사방이 고요해진 때야 손님을 맞이하나
찾아든 이는 이미 움직이지 않는다
추운 바람을 걱정하는 듯 거미줄을 덮어주고
미동없는 이에게 짧은 입맞춤을 한다

그저 두려워 숨은 이를 찾는 이 없을 때
그제서야 그는 안심하고 자리에 든다
수많은 거미줄이 흔들리지 않는 찰나만이
유일한 휴식이라 하였다
온전히 내려다보이는 작은 틈에서
미동없는 이에게 짧은 기도를 올린다

언젠가 찾아올 순수한 이가 휘두를 작은 나뭇가지에
이 작은 은닉처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더 이상 숨어들 용기 없는 그는
죽음의 순간에서야 거미줄을 덮을 수 있어.
그 순수한 손짓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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