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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은 시인이 되지만, 시인의 사랑은 술 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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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헤엄치는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9회 작성일 16-09-13 00:03

본문

굴욕적인 인내로 꽉 찼던 내 역사가

하나의 인연이 과분하단 걸 알기까지

낙인으로 진 가난도, 무연고 팔자도 잊은 채

살았소, 이뤄질 수 없는 꿈을. 절망을.


왜 하필 나였는지.

왜 나를 창피하게 하였소.

왜 나한테 가르친 거요, 사랑을.

 

품위 따위 신경 쓸 겨를 없이

쉬지 않고 피땀 흘려야

풀칠하는 나인데 

사는 데 허덕인 공사판까지 찾아와

느껴지는 주목이 어려웠단 말이오.


20년 전, 소녀의 첫사랑이란 이유만으로 이러는 거면

장난은 일찍 관둬달라 목소리를 냈소.

겨자씨만 한 눈초리도 산더미로 진 마음이

친절에 보답할 만큼 넉넉지 않던 탓이니.


근데 무얼 하였소?

그저 웃으며 안아주시었잖은가.
노동에 찌든 이 불쾌한 몸을…
어찌 그리 쉽게 다룬단 말이오.
 
나는 무척 화가 났고
이건 단단히 잘못된 일이라 생각했소.

중독됐지만 왜 하는지 모르는

마약 같다고 윽박지른 건 미안하오.

진심으로 그랬소.

그리고 삼켰소, 찢어지는 슬픔을.
그렇게 한 달이 지나, 반년이 넘자
나는 천하의 개새끼가 되었고
결국 그대는 눈물을 보였지.

하늘마저 조각낸 가시나무 같은 인간,
날짐승도 쉬어갈 새 없는 차가운 가슴
이빨을 숨긴 언 호수처럼 위험한 법이었소.
내 마음이 그러하오.

깨트릴까 앞선 망설임이 먼저 각인된 만남,
어리숙한 감정은 서로를 다치게 할 뿐이라 여긴
간절함을 인정 못 한 그저 멍청이가 있었소.
내 마음이 그러하오.

그러려니 이제 와 잊으려 하오.
핑계 속에 파묻힌 실체 없던 용기만 찾느라 
다가온 그대, 힘없이 놔 버린 그때를….
 
텅 빈 방 안에 홀연히 후회를 지고
어둠 가운데 고인 외로운 잔 들이키며
당신의 존재를 게울 것이오.

끓어 올랐던 애욕처럼 한 시기 속사정이라
모든 게 식어가듯이 피할 수 없는 낡음이 있기에,
우수로 빈틈없는 세월과 수없이 놓친 감정의 갈래는
저마다 경계를 흐려 기억 먼 곳으로 돛을 띄운 다오
순애보에 건 믿음도 어딘가 보이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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