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우거진, 오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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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우거진, 오솔길에서 / 안희선
단풍이 타오르는 호젓한 길 주변(周邊)에
차가운 시냇물의 향기가 그윽한 날에는
각혈하는 산들의 신음소리 들으며
숲으로 길게 드리운 오솔길을 거닌다
흘러간 세월 위에 잘못 붙여진
나의 헛된 장식(裝飾)을
무리지어 흐르는 가벼운 구름에 실려 보내고,
낯선 미지(未知)의 풍경에 벌거벗은 몸으로
숱한 햇빛 속에 메마른 가슴을 드러내면
오래 전에 놓여진 삶의 함정들은
이젠, 더 이상 눈익은 쐐기가 될 수 없어
저 멀리 어두운 언덕을 따라 뒷걸음질 친다
숲에 깃드는 새로운 침묵은
맑은 목소리로 깊어가는 계절을 알려주고
나는 짐짓, 삶의 마지막 감동으로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함초롬히 끌어안고
새로이 시작하는 순박한 언어(言語)로
너에게 편지를 쓰려한다
사색은 잠시 미정(未定)인 양,
홀로 자유로워
고요에 고요를 덧보태는 시간 속에서
그리움으로 반짝이는 빈 줄과 공백으로
가득 가득 채워진
나의
가장 긴 편지를......
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삶의 여백을 고스란히 옮겨 놓으셨네요.
걸칠 것도 없으니 가을 하늘 다 눈에 담았겠습니다.
지난 세월은 곱게 물들어 지면에 닿았는데 옮기는 발길마다 가을 시의 노래가 들립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안희선 시인님,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안희선님의 댓글

지난 여름의 뜨거운 폭염을 생각하면... (제가 있는 곳도 27도 한 더위하였다는요)
이래서야, 어디 가을이 오긴 오겠는가 했지만
그래도 계절만큼 솔직한 것도 없어서,
다소 뜸을 들이긴 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왔습니다
이미지 이벤트 와중에 저도 저 나름의 이미지 한개 올리고,
살도 좀 붙였는데, 가을이가 막 짜증을 내는 것 같은 느낌
아무튼, 요즘 글을 추리고 있습니다 - 온통, 버릴 것 투성이지만
부족한 글인데..
귀한 걸음으로 머물러 주시니 고맙습니다
이제 곧, 추석인데요
가족, 친지분들과 함께 뜻 깊은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동피랑 이규성 시인님,
하늘은쪽빛님의 댓글

그윽한 가을 이미지가.. 선연히 다가오네요
실제의 가을보다 시인님들의 호명하는 가을이 더 곱다는 생각두요
저도 덕분에 싸아한 숲 향기에 젖어봅니다..
설마 관람료 받으시는 건 아니죠..(웃음)
감사히 머물다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저 나름,
요란하기보다는 조용하고 조용하면서도 그 속에
그 어떤 의미의 불을 놓고 싶단 생각이었지만
졸글은 또, 십만팔천리입니다
그래서, 貞和 시인님의 시에서 느껴지는
언제나 명상적이고 지성적인 가운데
잠언적 내용을 과장된 몸짓 없이
간결함으로 묻어놓고 있음이
문우로서 참, 부럽습니다
애초, 시인님에게 시쓰기를 권했던 건 저인데.. (안 쓰겠단 걸 억지루 - 웃음)
이제는 제가 시인님으로 부터 배우고 있으니
청출어람 靑出於藍 (쪽빛 람)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말하는듯요
부족한 글인데..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담 주는 추석이라고 한국 달력에 씌여있네요
하여, 저도 추석이란 걸 알지만
아무튼, 송편도 맛있게 빚으시고
가족. 친지와 함께 뜻 깊은 한가위가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한 마음, 먼 곳에서 전하며..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탄무誕无님의 댓글

숲길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좋은 공기만으로도 충분하기에
아무 말 필요 없이, 침묵하며 걷고 싶습니다.
안 걸어본 지, 못 걸어본 지 참 오래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네,
탄무 시인님..
정말, 제 졸글처럼 단풍 잎 우거진, 오솔길을 호젓히 걷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 제가 5분 이상 보행이 힘들어서요 (산송장이 따로 없다는 - 웃음)
부족한 글인데
자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곧, 추석인데
즐겁고 뜻 깊은 한가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