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작은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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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우주/유상옥
개털이 된 날부터 다시 태어나는 날까지는
태양이 돌지 않아도 달은 옆모습만 훌쩍
보이곤 한다
어디 바람인들 가시 돋은 말투로 건드리는 날엔
어느 별 옆구리에 파고들어 눈을 감아버린다
별이 알알이 터져 붉은 항성의 우렁찬 길바닥에
깔려도 우주의 도시에 지도에 없는 작은 별이 있다
핏줄 같은 길을 따라 우주를 헤엄쳐 건너면
번지도 없는 개털의 신음 소리가 구석을 노려본다
저 구석에 달빛이 꼬리를 남기고 꼬리의 부드러운
살결이 자리를 깔고 있다
우주는 꼬리의 살결이 숨 쉬는 바다
출렁이며 다가가서 철석 안고 뒹구는 생명의 뿌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숨겨져 있다
바다는 뿌리와 뿌리가 뒤엉켜 파란 질서를 만들고
거기에 길이 나는 것이니
등대가 없어도 항구의 불빛이 눈물처럼 빛나는 곳이다
항구는 잠들지 않는 품으로 파도를 끌어안고
또 하나의 작은 우주를 꿈꾸는 것이니
티끌같이 없어 보이는 먼지라도 품으로 불러들인다
내 새끼 아니라도 개털이라 부르지 않는다
댓글목록
하늘은쪽빛님의 댓글

어머나, 누구신가 했어요..
유상옥 시인님이셨네요
넘 오랜만이에요 반갑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자주 뵐 수 있음 좋겠네요..
또 오시는 거죠..^^
풀잎12님의 댓글

정말 오랫만입니다. 반갑습니다.
가을이 돌아오니 마음을 두고 온 거리가 보고싶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