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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신봉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4회 작성일 16-09-06 11:03

본문

 

                     수도꼭지


아이씨,
무슨 월요일부터 회식이야

맘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네!

 

나는 집에 온다

 

삶을 벗는다
언제나 나를,
온갖 오물과, 땀, 비, 일상..
이 모든 나의 것들을 씻겨주는 220Vac 모터에게
나를 집어넣는다

 

삶을 벗어놓은
나머지를 위해
물을 튼다.

 

아 차가

 

수도꼭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린다.
나는 조금 기다린다.

 

아 뜨거

 

수도꼭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 돌린다.
나는 조금 기다린다.

 

어느 순간
적당하다.

 

적당히 맞춘 수도꼭지에 취한 나는

삶을 모르던 그 시절,

다시 태어나고 있다.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220Vac 모터에게 세탁 당하는 나의 삶을 보며
내가 물 온도를 맞춘 건지
수도꼭지가 나를 맞춘 건지
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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