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붓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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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붓질 / 테우리
하늘이,
여태 칠해 놓은 건 질펀한 초록이었어. 식을 줄 모른 열정은 거기에다 유독 붉은 물감을 덧칠했지. 원색의 풍경으로 뜨겁고 축축해진 그림은 밤낮 개의 혀를 물고 하늘을 원망했지만, 그럼에도 끝내 버티고 싶은 건 초록의 염통이었어. 오로지 짙어지고 싶은 집념뿐이었으니까
하늘은,
염천에 맞선 초록의 고집을 마냥 방치할 수 없었나 봐. 지금은 온누리로 메마른 하늬바람의 색을 붓질하고 있는 걸 보면, 그토록 짙게 그리던 여름의 푸른 생각을 접었나 봐. 날이 밝을수록 파란 낯빛인 걸 보면, 저물수록 울긋불긋해지는 걸 보면
하늘도,
이 가을의 초상을 다 그리고 나면, 이내 븟질의 화풍을 바꿀 테지. 겨울의 정물을 그리겠다며, 아니 모든 색들을 지워버리겠다며, 새하얗게 혹은 새까맣게, 당신도 물론 후회하겠지, 그러고 나서 새로 색칠하겠지, 새롭게 봄의 초심을 그리겠다며, 다시 초록의 생각을 떠올리며, 거듭 거듭
우리는,
저 하늘이 세월을 바탕으로 그리는 계절의 그림들을 구경하러 온,
한낱 관람객일 뿐이지만...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푸른 초록의 열정이 식어가는 계절,
거침없이 표현하신 시인의 글 귀가
더 생동감이 넘칩니다.
물론 인간은 자연에 종속하는 힘없는
사물이라 표현하면 미숙한 생각 일런지요
자연을 만끽하듯 잘보고 갑니다
평안 하십시요.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인간은 자연에 속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요
그러나 주인처럼 행세하고픈 거겟지요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그 자연을 잘 보존해야겟는데
야금야금 갉아먹기 바쁘니...
계속 이러다간 머지않아 그 터전이 위태로워지겠죠
후손들을 생각한다면 아끼고 원상대로 회복시켜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영숙님의 댓글

김태운님
안녕 하십니까? 반갑고 반가운 우리 시인님!
우리는,
저 하늘이 세월을 바탕으로 그리는 계절의 그림들을 구경하러 온,
한낱 관람객일 뿐이지만...//
가을 하늘과 숲을 보니 고운 시향에 공감 하고 아우시인님 뜨락에 머물다 가옵니다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되시옵소서
아우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계절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보물이겟습니다
이제 시원한 가을을 즐기십시요
추워지는 계절 건강 조심하시고요
감사합니다
우애류충열님의 댓글

펼쳐진 가을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詩라는 것을 잘 모르지만,
이런 맛이 詩가 아니까 생각해 봅니다.
오랜만에 뵙고 갑니다.
가을 산만큼 고운 나날 되시고
더없는 행복감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운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올 여름이 하도 더워서 지금의 가을이 무척 좋습니다
계절 하나하나가 삶의 즐거움이라 생각하면
더우나 추우나 살만한 세상이겠습니다
소중한 시간의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