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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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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영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85회 작성일 17-07-23 09:42

본문

삭탈

  

이영균

  

 

도망치듯 골목을 빠져나간다

불법이었다는 걸 안 건

턱 밑을 오싹 면도날이 훑고 지나갈 때였다

궁리 끝에 어둠 짙은 철조망 밑을

두더지처럼 후벼 파고 있을 때 환해지는 눈앞

 

면도가 끝나 의자가 벌떡 일어서 화들짝 눈을 떴다

순간 일확천금의 꿈이 거기서 산산이 흩어진다

인생 한여름 밤의 개꿈이라더니

거울 속엔 장맛비로 잡초 무성한 논 뚜랑 같던 두상

벌초로 깔끔해진 조부님 봉분인 양

단정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지대한 망상도 함께

 

그때 흰 수의를 입은 사내가 내 목에다 수건을 동여매더니

검은 베일을 둘러주며 단두대에 머리를 처박는다

수도꼭지에서 분사되는 살수

도살장 입구에서 소 씻기듯 무례하다

그건 회생이어서 몇 차례 물세례 후에야 의식이 끝났다

 

돈이란 죄상이 시퍼렇게 물든 증서 두어 장 꺼내 주자

새 사람이 되었으니 새 날을 맞으라 한다

이발소를 나설 때 휘황한 광영에 또 동하듯

망상 까칠하게 돋고 있음을 느낀다

 

생 닮아 반복일 수밖에 없을

머리카락의 고해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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