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조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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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조탁
이영균
그는 수천 년 된 어록을 품고 살았다
그러기에 한 가닥 바람결에도 저토록 겹겹이
서로 다른 격언 무성한 것이다
엊그제였을 햇가지부터
한 천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옹이 즐비한 묶은 대까지
그 빽빽한 어록 읊어대기에 한 가닥 바람결에도
시원하여 소름까지 돋는다
손바닥만 한, 한 조각 그늘에서
신작로까지 쭉 뻗쳐 드리운 나눔의 교시까지
땀 식혀주고 근심 씻겨주는 격언 겹겹이 적어놓았기에
무더위 끝에 이르면 푸른 먹을 말려 결실로
어록 울긋불긋 물들일 것이다
눈길이 닫지 않던 그 바람결(간곡한) 읊조림에
한 발짝 물러서서 우러르면
몸가짐이 새로워져
파릇파릇 책장 넘겨지듯 그가 읽힌다
무수한 오독 끝에 남겨졌을
장엄한 어록 한 그루
* 어록(語錄); 위인들의 말을 간추려 모은 기록
* 조탁(彫琢); 아름답게 다듬음.
댓글목록
이영균님의 댓글

무더운 날 나무 밑에서 땀을 식히다 보면 시원함의 그 비법 가르쳐주듯
새잎부터 오래된 잎까지 서로 제 각각 바람결에 잎 찰랑거려 참으로 시원합니다.
그러기에 고목은 오래 된 한 권의 어록집이지요.
바람예수님의 댓글

참 좋은 시입니다. 고목은 오래된 한 권의 어록이다! 정말 그럴 수 있겠어요. 마음에 담아 갑니다.
이영균님의 댓글의 댓글

네! 감사합니다.
오늘도 우린 그 소중함 모른 채 살아갑니다.
나무가 들려주는 그 숱한 세월의 지혜 꼭 필요하건만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