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을 청하지 못하고 수다를 천식처럼 뱉는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성이 조 씨고 함이 회수인 건 알겠소.
수다를 들으러 온 거요?
흠... 말장난을 재까리자면,
새벽 두 시의 야로에서 나는, 높이 나는 새를 본 적이 없소.
아무래도 날개란 것은 이 어둠의 벽에 부딪히는 모양이오.
아! 수리부엉이가 있었지만
놈은 밤의 영물이오, 도저히 새라 할 수 없는 비범함을 풍겼소.
숲의 내력이 임명한 "다크나이트"쯤이거나 아무튼.
적당히 걔만 제외하자고.
새가 부딪히는 벽이라, 그래서 새벽이오.
말했듯 말장난이라오.
새벽 세 시의 외딴 산책길은 닿을 수 없는 벽이 항상 한 건너 앞에 서 있소.
무대 위 조명처럼 둥글게 처리 된 음영이 시야가 허락하는 50m 앞쯤까지 내다보오.
그러나 그 보폭을 가면 역시 새로운 벽이 자란 것이오, 그래서 새 것할 때 새를 써, 새벽이오.
말했듯 말장난이라오.
여명의 어스름이 오기 전 새벽 중 네 시는
먹물이 더 먹스럽게 갈은 먹을 먹어, 이런 말이 꼬였군. 다시.
어둠이 또 어두워진 다오.
옅은 그림자가 포개어졌나?
그 집은 깨진 창 너머로 주변과 다른 유독 까만 게 느껴지는 터 말이오.
창가에 까만 게 서 있던 걸 테며 하필 날 바라본 게 분명하오.
외딴 산책길은 우연히 그 앞을 지나다 이 세상의 명도 아닌 것이 뒤꽁무니를 따라붙고 마오.
과연 몇 사람 분의 그림자인가?
나 하나, 그 년 하나, 뭣이여 하나가 더 있네.
생전 울 할매가 준 부적이 뇌리를 스친 건 날 지키러 와준 거구먼.
산 사람과 지가 죽었는지 모를 년과 하늘에 계신 몸이 이렇듯 겹친 다오.
염라와 제천이 알면 성날 일이로요.
각자가 넘지 말아야 할 벽이 있건만 그 세 벽이 묘하게 하나 된 그런 새벽이오.
말했듯 말 상대 없는 말장난이 길었지마는
서쪽으로 갔던 불알 아직 안 오려나, 이 새벽은 끝이 안 뵈네.
좋게 좋게 잠을 청하지 못하고 수다를 천식처럼 뱉는다.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저는 한 십여년 전 부터 시마을 모든 게시판에서
조회수 표기를 없애자고 주장해 온 사람이지만,,
사실, 시의 함량과 조회수는
그다지 관계 없단 생각인데
경우에 따라선,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듯요
아무튼, 조회수 하니까 문득 내 인생의 조회수는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가능하다면, 인생에도 퇴고라는 게 있으면 좋겠단 생각도 듭니다
많은 걸 함의한 시 한 편이란 생각
잘 감상하고 갑니다
헤엄치는새 시인님,
헤엄치는새님의 댓글의 댓글

말 그대로 수다뿐인데 구태여 와주신 데에 인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조회수란 단어를 써봤습니다.
깊이 관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푸른별똥별님의 댓글

이상의 시에서 본듯한 느낌을 받아 좋았습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