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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편을 보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광나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9회 작성일 16-08-31 11:29

본문

저 편을 보아/광나루

 

한 방울

그 유순한 물이었던 것이

눈을 달기 시작하면서 몸은 굳어져갔다

암석의 뿌리들이 눈자위에 맴돌며

넣어주는 밥을 덜컥덜컥 받아먹더니

건너편 톱니바퀴 엇갈려

휘청거리는 몸짓이 있어도

길을 묻는 갈대의 속삭임을 외면하면서

달콤함에 취해 불러오는 배만 다독거리며

눈동자는 발아래 그림자만 밟고 있다

 

한 날 한 시

한 줄에서

같은 시간에 출발하지 못했기에

다름이야 어쩌랴만

정원 속에서도 물의 흐름은

항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야

기이함을 만들고

떨어지는 폭포의 함성에 묻혀

한의 덩어리 녹아들어

솟아오르는 물보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련만

 

지금은

금이 간 밥그릇 들고 서서도

건네지는 밥 받아먹으려는지

이젠 여름이 지나

그리고 겨울

또 지나면

나는 한 방울 물 그 자체인 것을

내 몸에 눈 떼어지는 날

영화는 가고

서러움도 가고

그저 흔들리는 날개 달고

훨훨 날아 구름 되었다가

바람 되었다가

 

놓으면 당겨지는 저 편을 보아

그래도 시간은 거기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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