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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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의 미학
1.
1983년 의정부 101보충대 신병훈련소 사격장
노란 고무줄로 부러진 안경을 동여맨 한 신병이 실탄을 재고 사격 자세를 잡는다
-쪼그려 쏴!
-앉아 쏴!
-엎드려 쏴!
-서서 쏴!
-누워 쏴!
제군들은 어떤 자세에서라도 적들을 제압하라
네!,
2.
2016년 중부고속도로 상행선 곤지암 부근
꽃 무늬 치마로 한껏 여자 티를 낸 아줌마 둘이 갓길에 버스를 세우고 내려 풀숲으로 간다
뽀얀 복숭아를 얼른 치마로 가리고
갈증 난 대지에 단물을 먹여주는
M-16총구들
-쪼그려 쏴!
이젠 덜 부끄러워진 아줌마들도 그리운 청춘의 강을 건너왔느니
적들 없는 후방의 이 사격자세를
평화의 자세라 해둔다
댓글목록
쇄사님의 댓글

동이 님은 무게 잡지 않아서 좋아
키득키득에 손 담가도
물컹한 게 만져지고
찔끔찔끔에 발 담가도
물 한 방울 묻지 않아서 좋아,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