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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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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태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7회 작성일 16-08-24 14:33

본문

          감나무

 

트레일러에 묶여온 육중한 나무

단지團地 정문에 심겨 버팀목에 의지한 3년

그런대로 홍시 몇 개 달았었다

작년부터 시름시름 링거를 꼿더니

봄이 와도 틔지 않는 새순

시커먼 몸뚱이가 허연 곰팡이로 뒤덮여간다

저렇게 늙은 나무를 왜 옮겨 심었을까

자생력이 떨어진 나무는 곧 뽑힐 거라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쯧쯧 입을 모았다

 

묻지 않고 실려 온 검버섯 삭은 둥치

들것에 얹혀 병실로 들어간다

트레일러 기사가 떠나갔듯 떠나가는 승용차

요양병원의 창문으로 도시의 그림자가

문병객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고

병실 천장에 전등이 켜진다

버팀목만 있으면 몇 년은 버틸 텐데

떠나올 때 남아있던 눈빛은 초점을 잃고

꺼진 눈꺼풀이 홍시처럼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본다

겨울지나 봄이 오면 새순이 돋아날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쯧쯧  쥐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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