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에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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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채를 들고 달려가는
아이들을 따라
여름은 골목 안으로 저물고 있었다
어머니의 밥 짓는 냄새에
툇마루에 앉아 발을 구르는 그네는
누룽지의 맛을 알고 있었다
손수레가 덜컹거리고 지나가고
아저씨 목에 두른 젖은 수건이
구릿빛 얼굴에 물드는 저녁
낮에 지나간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는
마당의 구석이며 뒷간을 벌써 다녀갔다
두부 장수의 방울 소리는 시큰둥했다
어머니는 쏜살같이 골목으로 달음질치시고
또, 콩나물
또, 두부찌개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다던 아버지의
된장찌개는
마당을 기다가 담을 넘지도 못한 호박을 무르고 있었다
나는 왜,
마당의 수돗가에
세숫대야 비우는 소리가
맑은 하늘을 가슴에 들이는 소리처럼 들리는지
수건을 목에 두르고
툇마루에 앉아 아이의 얼굴을 씻기는 아낙이
어린아이의 코를 푸는 법이 신기했다
아이들이 돌아간 이발소 앞 공마당에
달보다 먼저 뜬 가로등이
왜, 쓸쓸한 것인지
한 생을 두고 배우고 있다
그럴 때마다
지우개 속에 자국만 남던
그림들이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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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꽃향기 윤수님의 댓글

좋은 글 펌해서 좀 섰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이 글에서는
두부장수, 가로등도 있네요
아주 두메산골에는 없는 것도요
추억은 갈 수록 더욱
다시 살아나서
그리움에 사무치고
되돌아 갈 수 없는 안타까움에 눈물짓고
아쉬움만 남긴체
또 그렇게 세월따라
흘러가는 인생인 것 같아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