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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주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5회 작성일 16-08-25 10:09

본문



아주 낡은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닳고 닳아 시작조차 희미해진 채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던 이야기
여전히 노래하는 이야기

이기심의 휘황찬 가슴 팍 속에는
애처로이 삶이 고동 칠 뿐이고
평안이 내 편이라고 외치던 탐욕의
심장구멍엔 공허만이 들어찼음을...

집을 찾아 헤매는 발걸음엔
신념이 그 길을 밝혀 주었고
지치지 않을 것만 같던 강포마저
종국엔 진리 앞에 울음을 토했음을...


아주 바랜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낡고 낡아 결말조차 희미해진 채
사랑에서 사랑으로 건네지던 이야기
여전히 소리치는 이야기

가장 비참한 슬픔의 곁엔 언제나
소망이 함께 울고 있었고
누구도 모를듯한 비통한 외로움도
늘상 사랑의 품에 안겨 있었음을...

영원히 고인듯한 공의도 사실
밑바닥 깊숙한 곳에서 내리흐르고
메말라 바닥난 듯한 정의 또한
갈라진 땅 속 고고히 맥을 타고 있음을...


많은 이야기들은 잊혔으나
여전히 살아있고 쉼 없이 뻗어간다
소리는 작아져도 노래는 계속되니

지혜는 역설과 함께 자라왔고
연약함은 늘 능력보다 강했음을
고난이 소망에게 화인(火印)을 찍더라도
진실이 총애하는 자가 소망임을

어둡기만한 고통의 너머엔
가장 뜨겁게 희망이 타올랐고
지독한 배신의 생명을 취했던건
사실 한결같은 자비였음을...

또한 세상은 기적을 죽였다고
뛰며 즐거워했지만
그 무덤가에 피어난 것이
온전한 승리임을 믿음은 노래한다


아주 오랜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보이지 않으나 살아있고
죽은 것 같으나 쉼 없이 노래하는
끝없이 기다리는 이야기

소리없이 외쳐대고
멈춘듯이 달려가는
이미 알려진 이야기들

그리고 지금도

상처난 씨앗에선 생명이 움트고
무너진 잔해 속에서 꽃잎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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