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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에 새겨진 봄은 시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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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1회 작성일 16-08-2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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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골목길을 걸어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까
방물장수의 호객 소리에
잃어버린 찻잔을 찾을까
바닥에 아로새겨진 벚꽃잎 하나

지금은 여름의 끝에서
가을로 접어든다
내 젊음은 어느 봄날
선 술집에서
찻잔에 술을 따르던 그녀가
맑은 소주에 벚꽃잎으로 떠오른다

시가 죽고
인생은 슬픈 거라 말해 둘걸
사랑은 저물녘에 닻을 내린 항구
포구의 황혼빛은 늙지도 않을 거라 그랬지
생을 분탕질 치려
그 길로 먼 남쪽
제주도행 첫 비행기를 타지 못했을까

돌아올 기약이 아득했으리
마음 둘 곳 없던 방황은
약속과 의무감에 불타올랐지
가외당 끝에 주저앉은 영혼이기보다
한 번도 떠나가는 배의 뒷전을 본 적 없는
북한강을 막연히 불러 놓았으리
외줄 백열등이 출렁이는
포장마차는 달리지 않았다
동력은 잃은 까닭에
가야 할 이정표도 딱히 없었다

아침 출근길에
세월이 덕지덕지 앉은 찻잔을 마주하고
더러는 홀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인생의 외줄 끝에 서면
언제고 꼭 한번
찻잔의 벚꽃잎은 벗을 찾아 피어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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