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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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蒸發 / 테우리
1.
비굴! 비굴!
와(蛙)! 나를 닮은 환청, 저놈들도 목이 마른가보다
비가 왔으면 개굴개굴 거렸을 텐데
근처, 개도 목이 타는지 애가 타는지 컥컥!
이윽고 이어지는 짜증과 짜증 맴맴!
아! 오늘도 푹푹 찌려나보다
남은 이명조차 태우려는지
물대신 마른 흙을 쌓고 불만을 터뜨리는 저 물귀신 같은 수상한 벌레들, 새벽부터 비를 소원하듯 굴굴거리고 있고 부글부글 끓는 세월 더 날뛰고 싶었는지 제 목청을 붙들고 컥컥 애걸복걸하는 것들, 허공에 매달려 울고 불고 지지고 볶는 것들, 온통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미사일이며 사드며 세상은 여전히 하늘을 찌르는 불질 아우성, 폭발 같은 원성들뿐이니,
2.
백 세 수명은 고개도 가로젓는 얼토당토의 신적神的 기대치
개중 구 할이면 턱도 끄떡이는 얼마든지의 인적人的 목표
그 삶을 3등분하여 첫 1은 이미 젊음의 자전으로 먼지 속에 묻혀버렸디
어중간의 2도 그럭저럭 일터의 공전으로 허공에 흘려버렸다
나만의 소우주, 환갑의 자전과 공전은 그 정도면
터무니없이 모두 허비했을 터
이제 남은 막바지 3은 어찌할까, 삼 세 번 어쩌면 먹을 3인데
다시 3등분하여 어찌어찌 새로운 자전부터 신나게 굴려볼까
다시 3등분한 새로운 공전의 기회는 기어코 없을까
불타는 세상은 이 헛것처럼 수상한 소리들만 잔뜩,
단비를 기다리는지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니
혹시, 거기에 저들의 영혼이 비친 걸까
3.
하찮은 생, 내 육신이 다 망가지더라도
여생에 사나흘 일말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체로 올라 촉촉 가랑비라도 뿌려볼까
메말라가는 이 땅으로
댓글목록
푸른별똥별님의 댓글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오늘도 역시 증발하는 날입니다
더위 잘 즐기세요
두무지님의 댓글

장고를 하신 기막힌 내용이네요
부더위 속에 세상 풍경이 영화처럼 펼쳐지고,
인위 적인 짜증스런 사건도 한 몫 하네요
인생의 삼분의 이를 허비하고,
나머지 꼬리를 가지고 허둥 대고 계시나요?
그 꼬리도 어찌보면 인생에 황금기가
될 수도 있겠지요.
저는 시인님보다 한 참을 앞서 뛰어가다 뒤돌아 보며
문득 <시> 한줄 써야 겠다고 허둥대고 있네요
더위에 무탈 하십시요.
김태운.님의 댓글

이젠 아예 포기하고 무더위 속에서 차라리 증발해버리려는 거지요, ㅎㅎ
탈만큼 다들 태워버렸으니...
그래도 남은 시간 허비하기가 아깝네요
감사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제 3의 부류에서도 터를 잡지 못하여
자전하면 이웃과 부딪치고 공전하면 세상과
부딪쳐,
제 3보다 훨씬
바깥쪽으로 굴러가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거, 이거나 알고 井中之蛙는 ‘비굴비굴’ 소리로
울고 있을까요? ㅎㅎ
감사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오죽했으면 개구리도 비굴비굴이겟습니까
개굴개굴의 본 모습으로 비치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쇠스랑님의 댓글

광합성의 서사시
감상 잘 했습니다
더위에 잘 지내십시요
감사합니다 태운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ㅎㅎ, 제가 산소동화작용을 하고 있나봅니다
그래서 그런가, 숨이 턱 막힙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