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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39회 작성일 16-08-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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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거리


  정민기



  길을 걷다, 바람에 스치는 달빛에
  포근해지는 마음 이끌고 걸었다
  다가서는 밤 그림자 이내
  떨쳐버리라고 가로등이 빛으로 반긴다
  귓가에 스치는 풀벌레 소리가 살갑다
  차가운 캔커피 하나 마시며
  바람에 땀을 식히고 서 있다
  내 삶의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을
  길 하나 한 권의 책처럼 펼쳐져 있다
  이 책을 다 읽으려면 오늘 밤을
  거뜬히 지새워야 하지만
  내게는 그럴 시간이 주머니에 없다
  네온사인이 환하게 나를 반겨주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을지 나도 몰랐다
  어둠을 피해 가로등 아래는 나의
  또 다른 아지트가 되었다 머리 위 불빛이
  무대 위 조명처럼 노래나 부를까
  막춤이라도 출까, 싶었다
  이럴 때 어둠이 주위에 몰려들어
  팬들처럼 환호성을 질러주면
  조용하던 밤이 들썩거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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