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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14) 나는 유령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747회 작성일 16-08-07 11:01

본문

 

나는 유령이다

 

 

 

사십년을 함께 살았다 요즘에 와서야 얼핏 얼핏 보이기 시작했다 늘 짓던 웃음 뒤에 숨겨 놓은 날선 칼날이

 

여자는 나이가 먹을수록 사자가 된다더니 그녀는 마치 배부른 사자처럼 먹이를 공글린다

 

한 치나 자란 손톱이 무섭고

철판도 뚫고 나갈 눈빛에 손발이 오그라들고

여럿 죽이고도 남을 혀가 두렵다

 

사십년, 같이 살았다는 것은 가족이라는 굴레를 뒤집어 쓴, 나는 내가 아닌 유령이었으므로 어느 한 순간 내가 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어쩜 그녀도, 나는 허울 좋은, 하늘이었고 그녀는 웃음 뒤에다 칼을 숨겼다

 

공글려지는 먹이처럼 나를 내려놓으면 내가 될 수 있을까?

 

이리 치이고 저리 받히고, 눈치만 빤해진다

오늘, 한갓진 남은 여정을 위해 있어도 없는 듯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무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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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쇄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주말마다 현장에서 사고가 터집니다.
'한갓진 남은 여정을 위해'
가급적 눈길 밖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웃음 뒤에 칼'을 숨기는 법, 배우고 갑니다.
여름 보내세요, 잘 ~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원하겠습니다
우리집은 서늘합니다
칼 가는 소리가 수시로 들립니다
입 다문 법 터득하시면
제게 전수바랍니다

눈은 칼이라도 감시해야되고
귀는 이미 이명에게 점령당했으니...

아이구, 덥다

용담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용담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향호 시인님 오랫만입니다
칼가는 소리가 이 시에서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유령이란 존재속에서 약간 공포스러울 까요
유령의 삶에서 보여진 세계
유령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눈감고 입다물고 귀막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는 시의
매듭 유령의 표현을 잘 다루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향호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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