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아 먹은 우물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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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아 먹은 우물 /秋影塔
사흘 밤 사흘 낮이 지나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읍내 초상집에 문상간 그의 행적이 묘연했는데,
그가 사는 동네도 읍내이기는 했지만
뒤로 강을 끼고 있는 있는 외진 동네,
낮에는 햇빛 아래 무서울 게 없으나 밤에는 다르다
시퍼런 강물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백 미터쯤을 걸어야 동네로 들어가는 길이 있는데 그 길 옆에는 한국전쟁당시 사람 몇 죽은 작은 둠벙이 있고, 둠벙 끝에 우물이 있다 밤에 물이 떨어졌거나 물이
갑자기 필요한 사람들은 여럿이 모여서 물을 길러 간다
높은 언덕 아래 작은 대숲이 있고
밤에는 저절로 음산해 보이는 주변의 풍경
대숲의 흔들리는 그늘 속에 우물이 있다
한 열흘이 지나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쯤 되면 흉흉한 소문이 나돌기 마련인데 귀신에게 홀려 사라진 게 분명하다는
동네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모이면 그의 실종 이야기가 나왔고, 뒤따라
귀신 이야기가 거론되었다
키가 6척이 넘었고
장심 세기로는 동네에 제일이라고 소문난 그,
나이는 60이 가까웠지만 천하장사인 그.
두 집 살림에 함께 사는 작은 여자는 안달이
났지만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지서(지금은 파출소)에서도 며칠 수소문 하다가 손을 놓았는데····
어느날인가, 햇볕 쨍쨍한 대낮에 물을 긷던
여자 하나가 혼비백산을 하며 동네로 뛰어들었다 파랗게 질린 얼굴로 더듬거리며 하는 말은, 우물 속에 사람 같은 게 보인다는데,
장정들이 우르르 뒷동네 우물로 달려왔다
한 길도 더 되는 희미한 우물 밑바닥에 희멀건 물체가 있었으니···
경찰이 달려오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몇 사람이 합세하여 건져 놓고 보니 쭈그리고
앉은 자세로 굳어버린 그가 떠올랐다
열흘이 넘도록 그 우물물을 길어다 먹은 동네
사람들,
지금 같으면 국과수에 의뢰하여 사인을 밝혀
내겠지만, 오십 년전 그 당시로는 그냥 실족사로 결말이 나고 말았다 다만 그 사인이 분명치 않아 밤에 초상집에서 돌아오다가 목이 말라 물을 마시시러 우물 근처에 갔다가, 귀신한테 홀려
우물에 빠지고,
쭈그려 앉은 자세로 죽었으리라는 추측뿐··· 무성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두레박이 없는 밤에 물을 마시러 거기 갔겠는가? 자기집이 동네 고샅만 지나면 지척인데 왜 물을 거기로 마시러 갔겠는가?
송장물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뱃속에서 다 소화돼 버린 물은 어쩔 수 없고, 다만 그 물로간장을 담았던 동네 사람들은 모두 아까워하면서도 간장을 쏟아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 후 사람 잡아먹은 우물은 메워지고 밤에 그 옆을 지나는 사람들은 머리끝이 쭈뼛해지며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 이건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한 사오십 년전에````
댓글목록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웅
소설같기도 하고 실화 같기도 하고 헷갈리네요
한편에 소설을 읽은듯 합니다
동네사람들 모르고 먹어다면 약이겟지요
기절초풍 낫겠지만요
원효스님 말씀이 생각 나네요
잘 놀다 갑니다요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이건 실화입니다.
우리 처가가 옆 동네인데 바로 그 동네서
일어난 사건.
엄청난 거구를 가진 사람인데, 아무리 초상집에서 술에 취해서 오다가 그랬다고는 하지만,
믿기지 않아요. 감사합니다. ^^
쇠스랑님의 댓글

납량특집, 아이고 무서버라
이 여름에 학질처럼, 후덜덜 떨리네요
잘 읽고 갑니다 추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아주 호방하고 건장한 분이었지요.
우리 처가에서 서너 집 건너에 살았는데,
이건 아무래도 귀신의 소행이 맞습니다.
우물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열흘이 지나도 떠오르지도 않고··· 감사합니다. ^^
용담호님의 댓글

납량 특집이네요
사람 잡아 먹는 우물읋 기억하면서 이 내용을 읽어보니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저도 귀신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많은데요 어머니가 들려 주시던 귀신 이야기 누나가 잘 들려 주던 귀신 이야기
실제로 귀신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저도 알고 있습니다.
강가에서 물에 빠져 죽었다는 물귀신 이야기는 섬짓 하면서도
등골이 오싹해지면서도 시원한 듯한 느낌이 들지요
실제로 영안이 밝은 사람들에게는 귀신이 보인답니다.
저도 가끔 영안이 열리는데 귀신은 보입니다. 사람들은 귀신이 없다고 하지만
그러나 귀신은 존재한다고 봅니다. 영안이 어두운 사람은 귀신을
볼 수가 없지요 무영탐 시인님이 올리신 글을 보니 사람을 잡아 먹은 우물을
통하여 공포스러운 느낌이 드네요 여름에는 무더위를 날릴 때는 납량 특집이
최고이지요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모두들 귀신의 소행이라고 했습니다.
키가 6척이 넘고 힘이 장사이며, 거구인
사람이 우물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로 열흘씩이나··· 우물이 한 4m 정도의 깊이이고 물이
2m 정도는 항상 차 있는 우물이거든요.
사람들의 눈에 얼른 띄지 않은 것도 이상하고,
용담호님도 귀신을 보신다구요?
귀신은 역시 목없는 귀신이 제일 무섭다고 합니다. 흐흐흐······ 목은 없어도 웃음인지 울음인지 소리는 낸답니다.
감사합니다. ^^
두무지님의 댓글

장문의 글 속에 평소 생각하시던 고운 생각들이
숨어 있습니다. 살아가는 데 좋은 귀감으로
여기며 뜻깊은 시간을 함께 해봅니다
감사 합니다. 더위에 평안 하십시요.
추영탑님의 댓글

이건 제 개인 생각이 첨가되지 않은 실화입니다.
귀신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세상에는
미스터리한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더위에 지친 분들을
위해 한 번 엮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두무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