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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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식당
서해안 작은 포구 모퉁이 한 구석
바람에 삭아진 간판에 숫자 3이 몇 번 겹쳐 그려져
멀리 날아가는 갈매기로만 짐작 될 뿐
앞 글자는 뿌옇게 지워지고
겨우 식당이라는 글자는 읽을 수 있는
길 너머 바다가 있는 허름한 식당 아닌 식당이 하나 있다
물 빠진 갯벌에는 조타실이 달린 작은 어선이
하얀 배를 옆으로 제껴 누워있고
뱃전에 갈매기 몇 마리 멀리 보이는 파도를 세며 졸고 있다
그 식당의 정식메뉴는 라면 2500원,
삶은 계란 3개 천원, 그리고 과자 몇 봉지와
막걸리와 소주가 전부다
마치 갈매기처럼 눈썹만이 선명한 할머니가 주인이다
허연 수염이 덥수룩한 두 노인이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놓은 잔을 앞에 두고
식당 밖에서 문을 기대어 게을러 넘어가기 싫어하는 붉게 타는 저녁놀을
낡은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좋아하는 새우깡과 마른 멸치 안주에 갈매기들도 가끔 노인들의 선심을 기다린다
그 식당은
바다를 떠날 수도 없는 몇몇 늙은 갈매기들의 아지트가 된지 아주 오래다
백열등 밑에서 물이 들어올 때까지 늦도록
머리 하얀 추억의 갈매기들이 작은 포구의 밤바다를 말없이 지켜낸다
해 뜨는 아침이면 어린 갈매기들이 엎어진 3자를 퍼덕이며
파도너머 힘찬 울음으로 갈매기식당의 아침개시를 바다에 알린다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봄뜰123님
안녕 하십니까? 반가운 우리 시인님!
다정한 시인님의 공간에서 아침을 열어봅니다
갈매기 식당 낙만이 가득 담긴 곳 같습니다 함 가 보고 싶을 만큼......
호기심 가득 안고 그곳에 가보고 싶은 심정으로 바라보고
머물다 가옵니다
감사 합니다
더무 덥습니다
건안 하시고 즐거운 시간 되시옵소서
시인님!
봄뜰123님의 댓글

은영숙 시인님 들려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이 덥네요. 션한 하루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