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中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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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中伏)
이영균
누군가 우리 모둘 녹이려 듦이 분명하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지열이 목을 조른다
열 손가락에 힘을 주어
옥죔을 푸느라 애쓸수록
등줄기에서는 고통의 진액이 흥건하다
뜨거울수록 문을 꼭 닫아거는 에어컨
고문에 못 이겨 거짓 벗듯
한 겹씩 속살 토설하는 겉옷
한랭기류를 조성하지 않았다면
벌써 오븐 속 통닭이 되었을 터
왜 누가 한 곡절 뜨겁게 사르는 건지
불볕더위에 맞서 으르렁대는 견공들
그 뒤를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닭과 오리
심지어 소와 돼지들도 합세한다
하늘이 솥뚜껑을 열어놓고 달아난 듯
김 서림 뒤 잠시 숨통이 트인다
기세에 밀려 쫓겨 가는 무더위
이제 더는 이겨낼 힘은 인내뿐
지열 위로 지열 더더욱 기승을 부리던
불의 철옹성이던 한나절이
나팔꽃잎 허물어지듯 저물고 있다
쏴! 도심의 열 식는 소리
심야 샤워장이 중복(中伏)의 종착역
댓글목록
이포님의 댓글

중복 날 점심 저녁으로 삼계탕을 중복해서 복용했더니
복부 부름이 중복되어 더위 이겨내는 건 고사하고
복부 팽창으로 잠도 못 자고 죽을 똥을 쌓습니다.
여러분 과유불급이라 했던가요.
아무리 몸보신이라 해도 과식은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