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빛나는 시를 읽을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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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빛나는 시를 읽을 때면
문체(文體)가 훌륭합니다
날로, 눈부시게 진화해 가는 어휘도
영롱한 빛으로 좋아 보입니다
수시(隨時)로 받는 상처를 재빨리 다스리며,
고단한 삶을 재충전하는 그대의 영민한 슬기는
나도 따라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대가 걸어가는 창망(蒼茫)한 평원은
아마도 수 많은 선지가(先知家)가
세상의 비에 젖은 넓은 옷자락 휘날리며,
표표히 지나갔던 길이겠지요
나도 그대처럼,
행간(行間)의 의미 사이에 숨어있는
냉혈의 진보를 꿈꾼다면 좋겠습니다
흔히 말해지는 사랑과 눈물에 대해서도,
그대의 시에서 말해지는 것과는 달리
정작 속으로는 별 감흥 없는,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면 좋겠습니다
다만, 별 뜻없이 차갑게
탕진하는 그대의 예리한 영혼만큼은
내가 닮지 않길 바랍니다
생각하면,
얼마나 날카로운 비수(匕首) 같은 세상이던가요
시까지 그래야 한다면, 고개를 가로 흔들고 싶습니다
왜, 시만 저 홀로
그대와 아무 상관없이 고상하고 아름다워야 합니까
그런 시라면,
문고매장(文庫賣場)에 가득 진열된
포장(包裝)만 사랑인 정교한 금속 활자입니다
생각하건데, 그대는 단 한 번도
남을 위해 진정으로 영혼의 뜨거운 눈물은
흘리지 않은 듯 합니다
시라는 이름으로
오로지 자신만 우아하게 가꾸는, 그대가
왠지 조금씩 싫어집니다
먼 훗날, 아니 이 대책없는 시대에
그대의 시가 세상 위에 우뚝 서는 것보다
설령 시를 전혀 모르는 둔탁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대가 진정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 안희선
* 시라는 사기만 치고 살아온 거 같아서
면목이 제로라는 느낌..
인간은 원래 타산적인 동물 (겉으론 아닌 척 해도)
시인도 그 예외가 아니라면 산술적으로 손해볼 일은 하기 싫어함은
당연하고 그 잘난 허명에 매달리는지도 모를 일
- 아니, 대체로 그러하지 않은가..
나 같은 경우에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비극은
그나마 시라도 쓰지 않으면 나는 뭐 달리 하고픈 일도 없다는 것
이 허망한 세대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 허망한 나임을 알면서도..
댓글목록
푸른별똥별님의 댓글

항상 좋은 시와 음악 감사합니다.
행복한 날에 쓰여진 시보다 , 절벽앞에 놓여진 생의 앞에 쓰여진 시가 가장 진실적 이다.
詩三百 一言而蔽之曰思無邪
안희선님의 댓글

요즘, 가장 큰 후회가 되는 건..
시를 쓴다는 것
넋두리에 불과한 글인데
귀한 말씀으로 머물러 주시니 고맙습니다
푸른별똥별님,
풀하우스님의 댓글

아무리 좋은 말과 시라도
고요와 침묵보다 더 못 하다....
부처가 고요와 침묵을 먹이로 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아니, 대체로 그러하지 않은가../
99.99%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등단유무와 관계없이
글과 시는 잘 쓰는데,인격이 수양되지 않아서
대다수의 타인으로 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면,그런 사람은 진정한 시인이 아닙니다.
글쟁이라고 말하지요..
말과 글자로 요술을 부리는 사람...
저는 시도 불량품,몸도 불량품....
진정한 시인은 자신보다,타인을 더 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과연 그런 인품의 시인이 몇명이나 될까?
시는 흔하고 시인은 없는 시대....
불경에서 경을 서사수지독송하면 자기행위,대지행,위타인설하면 이타행위, 대비행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서사수지독송 위타인설하면 자리이타행위..
직설하기는 좀 그렇지만,
제가 10년 넘게 본 결과, 안시인님은 0.01%에 속하는 그런 인품과 자격이 충분합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저 역시, 시를 빙자한 사기꾼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졸시에서 말했던 게 현실의 제 삶과는 그닥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99.99% 불일치)
하나, 불행 중 다행인 건
제가 이름 값 하지 않아도 되는 무명시인이라는 거
만에 하나 유명시인이라도 되었더라면,
정말 이승의 업장이 두터워질 뻔 했습니다 - 지금 업장만 해도 무거운데 (웃음)
주신,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그 모두, 앞으로는 글다운 글 좀 써보라는 격려로 받습니다
포탈 뉴스를 보니, 여름 아니랄까봐 무지 더운 거 같습니다
더위에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풀하우스 김 시인님,
노정혜님의 댓글

높은 시 향기에 머물다가 갑니다 건 필하소서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그저, 부족한 단상 斷想에 불과한 글입니다
머물러 주심에 감사합니다
노정혜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