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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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여행
5년 전 헤어졌던 너에게로부터 문자가 왔다.
잘 지내?
창 밖을 한참 쳐다보다
깊게 숨을 고른다.
장롱을 열어 가장 큰 가방을 꺼낸다. 옷가지를 마구 챙겨 넣다가 차라리
빨랫비누를 두어 개 넣기로 한다. 칫솔을 넣고 치약을 넣고 일회용 면도기와
면도 크림을 넣고 서랍을 뒤져서 비상약도 찾아 넣는다. 이런,
헤어 왁스와 스킨 로션을 빼 놓을 뻔 했다. 가장 비싼 코트를 꺼내
집 앞 세탁소에 맡기고 돌아오는 길에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한다.
잠이 오질 않는다. 한 숨만 푹푹 쉬다가
홍차를 끓여 마시며
퀴퀴한 새벽에 편지를 쓴다.
- 사랑하는 나의 평화에게
잠깐 친구 만나러 나갔다 올게
늦도록 오지 않아도 걱정하지 말고
저녁 먼저 먹도록 해
영원히 사랑해
댓글목록
하루카오리님의 댓글

슈뢰딩거..정말 가슴 설레는 이름 입니다.
고양이는 죽을수도 살 수도 있습니다만
죽어서도 살수도 있고
살아서도 죽을 수가 있는
두개의 슬럿을 동시에 통과하는 일이 저는 가능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고뇌는 빛의 간섭인 것 같습니다.
죽음과 삶을 동시에 통과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참 시를 잘 쓰시는군요.
경쾌하고 가볍게 조금은 웃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