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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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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주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84회 작성일 16-07-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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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 이주원

 문밖을 나서서 태양을 마주 보며 땀 흘려 일할 생각은커녕 관처럼 비좁고 어두컴컴한 방안에 홀로 틀어박혀서 하루 종일 누워서 뒹군다. 치열하게 살아도 결국 치솟는 불길에 내던져진 채로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옷엣니 신세가 될까봐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두렵기만 하다. 능력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그까짓 하찮은 은전 한 닢에 울고 웃는 바보가 되기 싫어서 돈을 벌지 않는 것뿐이라는 게으른 변명은 일쑤. 대낮엔 진드기 모양으로 바닥에 착 들러붙어 내내 퍼질러 잠만 자다가 한밤이 되어서야 뒤늦게 일어나서는 벌겋게 핏발선 눈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날도 허다하다. 밤새 퍼마셔도 지독한 갈증은 좀처럼 풀릴 줄을 모른다. 피가 모자란 탓인지 항상 눈앞이 핑핑 돈다. 뭐 대단한 시를 쓴답시고 시인은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눈을 가져야한다는 등의 말을 주문을 외듯 늘어놓으며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박쥐같이 삐뚤어진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다. 모든 것이 삐딱하게, 그르게만 보일 뿐 성에 찰 리가 없지. 기어들어가는 모기 목소리로 혼자 불평불만을 구시렁대지만 자판 위에선 벼룩이라도 된 양 펄쩍 뛰면서 제법 당당하게 욕지거리까지 한바탕 토해낸다. 서로가 서로를 질 나쁜 댓글로 헐뜯고 등쳐먹는 각다귀판밖에는 투정을 받아주는 곳이 없으니까. 뾰족한 귀에 들려오는 말은 하나같이 따분한 설교로 여겨진다. 이제는 아주 몸서리가 나서 십자가 근처엔 얼씬도 않는다. 꼴도 보기 싫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어지간해서는 잘 씻지도 않는다. 마치 성수가 몸에 닿기라도 하는 듯 물이 끔찍이도 무섭고 싫다는 그럴싸한 핑계가 있기 때문이다(사실은 단순히 귀찮기 때문이지만). 손톱은 도대체 언제 깎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기다랗다. 할퀴고 싶은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라고 말은 한다만 분명 여기저기 가려운 몸을 벅벅 긁어대기 바쁜 것이리라. 거울에는 먼지가 뿌옇게 내려앉아 얼굴이 잘 비치지도 않는다. 애초에 거울을 볼 일도 별로 없다. 간혹 창문이나 꺼진 화면에 흐릿하게나마 상이 맺히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라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며 애써 부정해댄다. 냉장고에 반찬이라고는 김치밖에 없어 매일매일 찬밥에 김치, 라면에 김치, 가끔가다 한두 번씩 김치볶음밥. 마늘 냄새라면 아예 신물이 다 난다. 성에 낀 심장에 누군가가 길고 커다란 말뚝을 박아넣지는 않을까 항상 겁이 나(그래 봤자 차가운 피밖에 더 새어나오겠느냐마는, 그나마도 이미 얼어붙어 흐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만남도 연락도 대화도 모두 끊은 지 오래. 정작 자신은 낳아주신 그 목에 주삿바늘보다도 날카로운 송곳니를 꽂아놓고 수고롭고 값진 보혈을 거머리처럼 쪽쪽 빨아먹으면서 비쩍 마르고 창백한 육신에 포만감을 누린다. 염치도 없는지 천년만년 동안 계속 빈대처럼 빌붙어서 마냥 똑같은 하루하루를 그저 빈둥거리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져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

 이것이 정녕 흡혈귀가 아니고 무어란 말이냐. 이래도 감히 사람새끼라 불릴 수 있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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