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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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古木 / 테우리
지상에서 가장 고지식한 목숨이라면 행여 믿을까
어두운 속세를 찾아 푸른 심장을 숨겼다
뿌리라는 구실로 발목을 파묻은 채
오롯 하늘의 생각을 훔치고 있다
그의 시간은 꼼짝없이 하루 24시간 8,640초가 재깍재깍이다. 4년을 거르며 꼬박꼬박 하루를 늘리던 건 인간들이 꾸민 수작일 뿐, 악마 같은 비바람이 간혹 심통을 물어뜯질 않나 툭하면 천기와 내통하려는 촉수를 부러뜨리고 몸뚱아릴 파고들며 몽니를 부렸지만, 자전의 틀에서 묵묵한 시간의 고뇌를 붙들고 하염없이 몸피를 부풀렸다. 공전의 틀에서 날마다 이파리를 털고 다시 붙이며 꽃이며 열매며 무량의 억겁을 헤아렸다. 마침내 지쳐버린 등신불처럼 늙도록 정직하게 혹은 듬직하게 천년을 우러러 제자릴 지킨 뭇 生의 파수꾼이다. 마치 평생 하늘바라기로 한 우물만 파다 간 어느 옹고집의 초상 같은,
아! 속세를 헐벗으려는 저 낌새를 보라
끝내, 해탈하려는 걸까
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고목(枯木)이 아니고 고목(古木)이어서
억겁을 누렸으니,
속세를 떠났거나 해탈한 게 분명하다는 어느
시인의 독심술에 근거한 판단이 맞습니다! ^^
김태운.님의 댓글

가끔, 고목을 보다보면 마치 용이 승천하려는 낌새로 느껴집니다
해서 얼버무려본 허망한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