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6】 로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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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스 / 이 종원 |
드라마가 TV를 통째 먹어버린 날에도 |
로망스를 뜯는 아내는 향기롭다 |
도마를 요리하는 타악이 전부가 아니었네 |
식은 힘줄을 조리하는 연주가 |
바다를 건져 올리는 월척과 닮았다 |
현이 되지 못한 삶을 튕겨내던 그때 |
꽃은 향기롭지 못했고 자주 고개를 숙였다 |
시위를 떠난 장미는 돌아오지 못했고 |
삼백예순 날 초침을 주무르던 청춘 |
베이고 끊어져 눈물조차 붉었다 |
무쇠솥에 가난을 태우고 |
이마에 삶을 이고 내리더니 |
주름이 깊어져서야 꽃을 노래하기 시작한다 |
닳고 지워진 흔적을 꺼내놓은 지금 |
배경음악이 첫날밤을 불러낸다 |
그때도 담을 뛰어넘었지 |
부드럽게 출발한 은륜의 두 바퀴가 |
빗장을 열고 밤새 넘나들던 것처럼 |
손안의 로망스가 옛날로부터 걸어 나온다 |
댓글목록
김선근님의 댓글

무쇠솥에 가난을 태우고
이마에 삶을 이고 내리더니
주름이 깊어져서야 꽃을 노래하기 시작한다 /
늙으나 젊으나 아내들은 티비 드라마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것은 황홀한 로맨스를 꿈꾸던 시절을 추억하며
대리만족이 아닌가 합니다
삶은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이지요
이제 꽃을 노래할 때가 되었지요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이종원 시인님
처음 뵌 때가 아마 어느 행사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후한 모습에서 든든함과 성실함과 무르익은 겸손까지
훌륭한 인품은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으십니다
항상 존경스럽습니다 시인님
잘 감상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그땐 그랬지요. 결혼을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 맨손으로 시작해 쌓아가는 길이
다른 데 눈 돌릴 여유가 없었지요.
거의 모두가 그저 아이 낳고 키우는 데 정신 팔려서 빡빡하게 돌아가던 생활이었습니다
낭만이고 로망스는 뒷전이었으며 취미 생활 또한 수면 아래였었지요...
어찌어찌 애들 다 키우고 조금 시간이 남다보니 아내가 기타를 붙잡네요
처음엔 영 아니다 싶었는데 TV 를 밀치고 붙자고 늘어지다 보니 로앙스 전반이 곧잘 소리로 들려옵니다
지금은 저보다 훨 낫게 울려대는 게.... 듣기게, 보기에 좋아서 응원해 보았습니다
동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활짝 웃으시던 시인님의 모습도 같이 떠올려 봅니다. 고맙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주름이 깊어져서야 꽃을 노래하기 시작한다//
주름이 깊어지며 기타줄이 생겼나보군요
젊은 날의 노래를 늙어가는 주름골로 연주하는
부부의 로망스
옛날로부터 걸어나오는군요
행복해보이는 시향
은은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한창 젊을 때 시작했더라면 더 멋지고 더 활짝 피었겠지만, 주름이 깊어지는 나이가 되어서야 그 어려운 기타의 철선을 짚어 소리를 냅니다
그 옛날 시작했던 처음 데이트와 연애가 생각납니다.
시인님의 연애사도 함 적어주시면 동감이 더 크지 않을까합니다. 놓치지 않는 발걸음에 감사드리고요....
활연님의 댓글

잘 만든 모노드라마 한 편 감상하는 느낌이 듭니다.
출연자는 단촐하지만 따뜻하고 서정적이고
또 다양한 감정과 감각이 도마 위에...
마지막 연은, 숨 막히게 읽어야 한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잘은 아니지만 드라마로 보아주셨다니 고맙습니다.
다 옛날은 그랬어!!!! 라고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도 오래 같이 길을 걷다보니 생각지도 않은 음악을 곁에서 듣게 됩니다. 나이 들어 자꾸 일이 줄어드는 삶에서 좋은 취미이지요
누가 등 떠밀어서 쉬이 되지 않을 것이지만. 본인이 좋아서 그 힘든 길을 열었으니 ...
어쩌면 보아주고 들어주고 가끔 노래 얹어주는 것으로 응원을 대신합니다
활샘의 격려 또한 응원으로 듣습니다. 너무 숨 막히지는 마십시요...
현탁님의 댓글

연속극 좋지요 저도 좋아합니다 퇴근시간도 바꾸는 것이 연속극
주름 깊어져야 노래 할 수 있는 것이 삶이라면 나는 아직 멀었다 아직 주름이 없으니까요 하하하
행복한 일만 있으시길요
다녀갑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얼마전 종영한 "또 오해영" 달콤 쌉싸름한 드라마에 잠시 빠졌었습니다. 주인공의 시선으로 들어가 몰입하다 보니
달달한 연애의 대열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름 좋았습니다
그렇게 대리 만족의 장면에, 엉성하지만 눈 앞의 LIVE 음악도 덕분에 달달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ㅎㅎㅎㅎ
그래서 메모해놓았던 활자를 꺼내어 버무려 보았습니다. 영 싱겁지요.. 그래도 맛 보아주신 탁님!!! 고맙습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모퉁이에서
늙은 여자가 울고 있다
뭐해? 잠은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고
왜 냉장고 속에서 우는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족속은
가끔 늙은 여자를 애잔한 눈으로 본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원 시보다 더 가슴을 두들기는 댓글입니다
무의님의 진폭은 넓고 깊어서 냉장고의 고등어에서 늙은 여자의 울음 소리까지 폭을 넓힙니다
본문과 맞지는 않지만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도 떠오르고
여자의 마음, 그 반대편도 생각해 보게 하는 묵시로 들립니다.
오늘도 반짝반짝하는 하루 지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