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마루에서 빗소리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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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에서 빗소리를 보다/손성태
고택 대청마루에 앉아 주안상을 펼치니
그제야 소나기가 퍼붓는다
기왓장 때리는 소리에 육십갑자 노곤함이 화들짝 달아나고
낙숫물은 미련스레 방울지다 부서지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남아 있어서인지
손금을 이리저리 마당에 그으며 흘러간다
들창문을 열어젖히니 액자 속 풍경 한 점,
사랑 대청이 밤비 속에서 환히
빈자리를 내어주며
아는 체 모르는 체 손짓하고 있다
마당에는 흙 튀는 소리, 모든 소란이
희뿌연 외등아래 바람에 젖어들어
아스라이 외따롭다
풍천 막걸리 한 사발 쭈욱 들이키고
바깥 풍경이 안 풍경에게 말을 거는 들창 가
탁 트인 마당가에 술을 올리듯 뿌린다
그대 있어주어 고맙다고
또 한 번
들창 가에 술을 권하고, 마당가 따라주는 술잔을 들이키며
가야할 길을, 돌이켜서 본다
댓글목록
한드기님의 댓글

아, 미치겠네요.
풍천 막걸리... 저 입에서 침 흐르는 거 보이시죠?
안동 소주는 제 취향이 아니고
전에다 막걸리 아~
먹고싶니더. 아재요. ㅎ
죄송합니다. 술도 안 먹고 주정해서...
외따로이 사는 놈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고향의 시어를 보고
잠시 환장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손성태님의 댓글의 댓글

"먹고싶니더. 아재요"
안동 중앙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귓전에 들리는 정겨운 소리입디다.^^
안동에 유명한 '안동찜닭'이 골목을 점령하고
명품으로 자리잡고 있더군요.^^
병산서원을 거쳐서 오는데, 친한 선배 형님이 '풍천막걸리'를 꼭 맛보고 가라는 전언에
부러 풍천면에 가서 사온 막걸리..
한드기님께 늦게나마 보냅니다.
자셔 보시이소, 끝내 주니더~^^*
먼 타국에서 잠시나마 고향의 시원한 바람을 쐬셨다니
시를 쓰는 기쁨을 얻었습니다.
늘 건안건필하세요~~
이종원님의 댓글

대청마루에 앉아 빗소리 안주삼아 시 한수 읊어주시니, 그 집, 회장님과 마주 앉아 따듯한 밥상에 유유자적하고 싶은 날입니다
풍류와 충절의 고장 안동을 지나 서원에 이르기까지 옛 선비들과 한판 풍류를 즐기셨나 봅니다
맛난 음식과 시의 향기까지 흠뻑 취하고 갑니다. 회장님!!!! 건강하게 잘 지내시지요????? 인사 드리고 갑니다.
손성태님의 댓글의 댓글

이 상임 부회장님
살가운 댓글에 보고픈 마음이 솟아 오릅니다.
잘 계시지요?
언제 보아도 한걸음 다가가고픈 이 시인님께 다음을 기약하며
안부 전합니다.
무더위..기승을 더합니다.
건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