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씨로 착각한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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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씨로 착각한 민들레 / 테우리
1.
젖을 떼자마자 그의 행동거지에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소통이 불편한 공간에서 독백을 즐겼다
동종의 규율 속으로 갇혀버린 변종
마지못해 굴러들어온 잡종
엉겁결이 정체성을 삼켜버린
고독한 종種이다
2.
코끼리거북의 갈라파고스라 했던가. 이 섬에도 다윈의 메커니즘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병아리 하나를 주워 고독을 느끼게 하고 죽음을 읽게 했다
문득, 미운 오리새끼 생각을 품었을 아이
자신을 겨냥한 눈총들이 싸늘했다
가늠자의 견제에 늘 시달렸으니
3.
자궁에서부터 진화한 눈치는 매의 발톱을 닮아갔다. 이때부터 비롯된 격리에 대한 반응은 집단에 대한 반작용을 부추겼다.씨줄의 질서를 부정하고 날줄의 순리를 역행했다. 스스로 성장판에 비관을 삽입하며 날마다 염세의 염증을 키웠다. 버나드 쇼의 낙관은 반면의 교사요 사치였다. 체육시간 텅 빈 교실이 자신의 처지이며 편안한 둥지였다. 골방에 처박히던 습성은 어둠의 부작용을 낳았다. 대중에 나서기는커녕 어울리기조차 두려웠다. 공황장애가 그럴까. 밝은 사회의 부적격자
그는 점차 그렇게 퇴화되었다. 보호실과 유치장이 차라리 편한 듯싶었으니
깡마른 습성이 저도 싫은 선천성이라 마른 곳을 피해 축축한 곳을 좋아했다
곰팡이가 번졌다. 치레만 그럴 듯 독버섯으로 자랐다
무조건적 반항을 품고 제 주위를 불편하게 했다
자신을 괴롭혔다, 벅벅 우기며 썩히는 것이
결국, 그의 속성이었으니
4.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 여느 가장들처럼 자상하게 비치길 원했지만, 요즘 따라 거동이 무척 수상하다
예전처럼 삐딱한 생각에 휩싸이며 홀로이길 고집한다. 공전이 버겁다며 자전만 굴리겠단다
지독한 고독이 무척 궁금하단다. 완전히 자유롭고 싶단다
‘케세라 세라’를 붙들고.
5.
다행히, 은연중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툭툭 드러내던 붉은 표정에 뒤섞인 누런 심기를 도로
쏘옥 삼켜버리는 버릇이다
혹시 애먼 아이들에게도 홀씨의 혹이 달릴까
타고난 약점을 되새기는 중이란다
저 민들레 같은 성질머리
저승에서나 삭힐까만,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예전엣것 하나 골라 손 좀 보고 있습니다
고칠 게 너무 많네요
한드기님의 댓글

오늘은 장시에 깜놀했습니다.
날마다 쏟아내시는 편편에
이리 긴 의미깊은 시도 단박에 쓰신 줄...ㅎ
아무튼 시를 향한 그 열정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뭐 '케세라 세라'입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ㅎㅎ, 무슨 말씀을...
단박이 아니랍니다. 예전 초고를 꺼내 재고로 갈긴 거지요
삼고초려하려면 다시 한 번 더
고치고 또 고쳐야겠지요
그래도 성에 안차면 버리든지...
아무튼, 감사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유명한 문필가들도 민들레 씨앗을 홀씨라고
흔히들 부르지요.
홀씨란 무성생식을 하는 식물의 씨를 말하는데,
이를테면 버섯, 고사리, 이끼류, 해조류등,
민들레는 꽃이피어 유성생식을 하는 식물입니다
.
민들레 씨앗처럼 씨앗에 작은 깃털이 달려 멀리까지도
날아가는 씨앗을 ‘갓털 씨’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감상 잘하고 갑니다. 태우리 시인님! ^^
김태운.님의 댓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제목처럼 그 민들레도 홀씨라고 착각한 거지요
그래서 어간에 곰팡이라 했지요
저도 유성생식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그렇게 쏟아내고도 이런 대 서사시를 출산하히다니, 그저 혀늘 내놓고 놀라고 감탄할 수 밖에요..
제주의 혼이 아마도 깊고 깊어서 정기가 시인님속으로 내림한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지속되는 경작의 결과는 종의 변이를 거쳐 한라산 정상에 우뚝 솟겠지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김태운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이런 말씀은 당연 채찍으로 달게 받겠습니다
아직 갈 길이 먼 곳 그 기스락을 헤매고 있아옵니다
더욱 열심히하라는 조언과 격려
감사합니다, 이종원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