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 할 말 있다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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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 할 말 있다 /秋英塔
애호박에 이빨 자랑해 본적이 있었는데
저 단단함에 눈을 주면
깨물어 볼 생각은 아예 던져 버린다
두꺼운 가죽 옷으로 둘러친 몸뚱이
그 속에는 분명 무엇인가 들어있다
희로애락이 뭉쳐진 바윗덩어리 하나쯤
숨겼을 터이지만, 이제는
그 많은 벌 매파로 드나들던 꽃시절이
그리워서
패인 고랑마다 이슬길 보인다
널찍한 엉덩이, 주밀한 품새로 깔고 앉은
지구가 옴짝달싹을 못하는 걸 볼작시면
그 무게 또한 태산이어서 장정 두셋은
붙어야 움직일 것 같은 중후함,
낮술 마시고 주정에 주사酒邪 꽂는 젊은
놈아! 내 몸뚱이에 오줌 싸지마라!
“너도 늙어보면 내 속 안다!”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추영탑님
안녕 하십니까? 반갑고 반가운 우리 시인님!
고운 시심 속에서 경로 사상의 교훈을 배우고 갑니다
젊으면 영원히 젊을 줄만 알고 늙었다고 무시 하지만
누구나 늙고 보면 어쩔 수 없는 인생이랍니다
잘 감상하고 공감 속에 머물다 갑니다
너무 덥습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즐거운 시간 되시옵소서
추영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젊음에서 늙음까지의 거리는 한 마장도
못 되는 반 마장의 거리입니다.
시간으로 치자면 겁 속의 찰나지요.
지구를 깔고 앉은 저 늙은 호박의 바윗덩어리 같은 엉덩이를
한 번 보십시오.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든든한 모습 아닙니까?
늙음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량수는 부질없는 허방일 수밖에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영숙 시인님! ^^
두무지님의 댓글

자연이나 인간도 늙으면서
그 만큼 지혜의 샘이 채워진
영혼 같은 덩어리 이곗지요
겉만 보고 늙었다고 우습게 여기는
판단은 자신의 생각이 부족하다는
반증 일 겁니다
애호박 같은 삶을 꿈꾸어 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착 가라앉은 듯 무거워보이는 늙은 호박
달관이거나 해탈의 무게감,
부릅뜨지 않고 감은 듯한 눈,
이런 게 늙은 호박의 모습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두무지님! ^^
남천님의 댓글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호박밭이랑 주위 풍경까지 눈에 선하게
잘 그려주신 명품을 잘 보고 갑니다.
빙그시 웃음도 지으면서....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ㅎㅎ 남천님!
어서 오십시오.
호박죽 맛은 차치하고
우선은 그 품새가 너무 묵직해서
서리 내리는 늦은
가을까지 깔고 앉은 호박을 보면,
마치 커다란 화물선에 올라앉은 컨테이너 박스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도 듭니다.
세상의 지혜란 지혜는 다 들어있을
듯한 선비의 모습 같기도 하고요.
하하... 이 더위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