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꽃나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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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라, 꽃나팔
태초에 혀가 잘린 꽃의 진화
예민한 귀만 수북하게 일으켜 세우는 아침 울타리가 소란하네
모든 것들이 목청을 돋울 때 색색의 귀만 무럭무럭 열어놓은 것들
한 번도 다듬지 못한 소리가 몸 안 가득 고여 있네
저 귀를 닦고 관을 조율하면 오르페우스의 리라처럼 아름다운 음이 흘러나와
여름 잠깐이 천상의 소리로 우아하겠네
나비와 바람과 뜨거운 햇살이 귀가 되어 듣는 고요
곁에 서서 내 어두운 귀를 열어 보네
온몸이 귀가 되어 보네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시를 읽고,
나팔꽃에다
귀를 대어보는 아침이었으면 합니다
나즈막히 들려오는...
잘 차려입은 시 한 편 감상하고 갑니다
자운0님의 댓글의 댓글

잘 차려입었다고는 하나 허기가 지는 시입니다.
보약 같은 시의 힘으로 여름 건강히 나시고요.
다녀가 주셔서 고맙습니다.
쇄사님의 댓글

진작에, 그 꽃이
말하지 않는 입인 줄 알았다면
눈여겨보는 눈이 아니라
귀담아듣는 귀를 가져갔을 텐데
좋은 시
감상하고 물러납니다.
자운0님의 댓글

입인지 눈인지 귀인지 알 수 없지만 마음 가는 대로 적어보았습니다.
후텁지근한 날씨지만 청량한 시심 가득 들기를 바랍니다.
다녀가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