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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11>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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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해 오 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4회 작성일 16-07-09 08:35

본문

당신

 

 

저녁에 단골 곱창 집에 있는 우물엔

펼쳐 든 차림표처럼 당신은 기다리고 있다

 

비의 뿌리가 모두 뽑히는 도피가 필요한 날씨에

저 우물마저 진지한 톤으로 당신 흉내를 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모른 척한다.

당신한테서 전화가 온다.

바람이 되어 온다.

 

하지만 나는 안다.

 

길쭉하게 네모난 창 앞에서

제라늄이 목숨 건 열애처럼 붉어 부끄럽다

난 얼굴을 돌린다

 

슬픔처럼 살며시 여름이 온다

장대 같은 여인을 끌어안고 쓰레기통 곁에서 울고 싶다

오늘은

상실된 얼굴이 아니기를

마멸된 얼굴이 아니기를 빌어본다

 

너무 짧아서 살찐 지붕들만 올려다보는 여자

그 우물엔 나를 흉내 내며

쏟아져버린 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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