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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9. 하행선 버스 안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그려그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17회 작성일 16-07-10 14:46

본문

 

 

하행선 버스 안에서

 

 

 

 

새벽 2시 부산 행 심야 버스 안에

운전기사와 나 외엔 한 명도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생을 의존했던

버스 손잡이들은

하릴 없이 이리저리 몸을 흔들고

반대편 차선으로 차 무리들이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며

차창을 스쳐 지나간다.

 

 

순간 눈이 부시다

그들은 상행선을 질주하며

마치 횃불을 치켜든 전사들처럼 당당하고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빛난다.

내 앞에 선 차들의 뒷 꽁무니

빨간 램프등이 타다 남은 불씨들 마냥 모여

하행선 경부 고속도로를 미끄러져 내려간다

서울 기점 300km"에서 만난

상행선과 하행선 사람들의 차이

불을 태우며 한낮의 태양처럼

어둠속을 헤쳐 나가는 저 불빛은

희망을 품고 서울로 가는 정신이다

바늘 봄 하나 없이 살아야

밥숟가락을 들고 살 수 있는 서울 살이 정신

내가 다시 상행선을 타려한다면

저런 눈부신 헤드라이트 하나쯤 있어야 겠지

 

 

그러나 지금 나는

식은 정열들 속에서 태운 숮검댕이처럼

죽어가는 희미한 불씨만을 꽁지에 달고

어두운 무덤 속으로 가고 있다

낯익은 곳을 향하여 간다

등 하나 달고

컴컴한 밤을 지나

산 넘고 강 건너 오는

저 피곤한 영혼들을 보면서 눈을 감으면

식은 살갗 밑으로

내 지친 영혼에 차가운 물살을 끼얹고

다가오는 아침에 젖은 빨래를 마당 가득 널다말고

미소 짓는 얼굴로 내게 말을 걸어오는 어머니

어머니는 누런 무명치마를 살짝 걷어 올리면

숨어 있던 햇발들이 올올이 풀려 나오고

얼어붙은 마음은 이내 술술 풀리어

어머니의 아침 마당 가득히 출렁거린다.

 

 

나는 지금 어둠속을 지나

햇발 가득한 어머니의 마당으로 가고 있다.

추천0

댓글목록

민낯님의 댓글

profile_image 민낯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햇발 가득한 어머니의 마당으로 가는
님의 귀향에 제 마음도 따라가봅니다.
어머니는 항상 그리움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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