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8) 구름등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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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등기소
저렇게도 좋을까 입이 귀에 걸렸다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대나무 속 텅 빈 울 엄마는 왕언니라 부른다
딸 같은 할머니들 밥 떠먹이고 기저귀 찼지만
자존심을 짚고 화장실 뒤뚱뒤뚱 걸어간다
2등가라면 서러운, 여고 교가 3절까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부른다는
구구단 줄줄이 꿰고 있다
큰형수는 세 번 셋째 형은 네 번 겨우 한 번 넷째는
지폐 한 장 안 찔러주더라고
곰 인형 눈깔도 또롱또롱 잘 부치고
하트 모양 공작새 꼬리도 잘 그리는 울 엄마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
산란이 임박한 연어 지느러미 세우며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다
손가락 세어가며 올라간다
손을 꼭 잡고 형들은 갖기 싫다고 하니
아범이 가져가
뒤란 감나무 댓 그루 돼지 5마리 닭 스무 마리를 상속 한다
고픈 나는 조목조목 받아 적는 것인데
저번엔 발동기 소리 그칠 날 없다는 정미소하고
비탈밭을 상속했다
뜬 구름 같은 나는 청라도 언덕배기에 올라
서녘 황홀한 놀빛 등기부를 열람한다
아버지가 물 말아 드신지 까맣게 잊어버린 울 엄마
저수지만 했다는, 큰형님 눈독들이던
그 논이나 주었으면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에구, 목이 메이는 소리만 하십니다
그 구름등기소는 금세 어디로 숨어버릴 텐데
그 속엔 어쩜 천국으로 가는 길이 숨어있을 텐데
아무튼 자주 찾아가십시요
손이라도 꼭 잡아주시는 것이 효도일 지 모르니
전 그만도 못한 불효자지만...
뭐라 맺어할 지 모르겠군요
갑장님!
김선근님의 댓글

고향 근처 요양원에 계시던 어머니
얼마 전 인천으로 모셔왔습니다
못내 고향 떠나기 싫다는 어머니를 설득 하였지요
자꾸만 기력이 쇠퇴하니 어쩔 수 없었지요
요양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데도 잘 생활하고 계시지요
딸 같은 70대 할머니들도 참 많이 계시더군요
마냥 주고만 싶은 어머니는 저만 보면 과거와 현재를 혼돈하시며
이것저것 상속해가라 하시네요
아고 울 테우리 갑장님은 효자 중에 효자시겠지요
새벽에 텃밭에 가 잡초도 뽑고 맨드라미 분꽃 백일홍 등등
꽃모종을 하고 왔지요
또 장마가 시작 되려는지 부슬비가 내립니다
따뜻한 말씀에 감사합니다
활연님의 댓글

솔직히 고백하자면 시를 이리 능수능란 잘 다루시는지 몰랐답니다.
예전에 미처.
잘 감상했습니다. 좋은 시.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퇴근하자마자 컴을 여니 천재 시인님께서 다녀가셨습니다
참 반갑습니다
아이고 분에 넘치는 과찬의 말씀에 부끄럽기만 합니다
산문처럼 읽히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올렸는데
님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심히 안도가 됩니다
참 이상하게도 힘 안들이고 쉽게 쓴 시가 오히려 좋다고들 합니다
이시도 그렇습니다
탁월한 상상력과 해박한 지식과 예리한 감각으로
더군다나 한 편의 시를 쓰기위해 고혈을 짜내시는
모습에 항상 경의를 표합니다
격려의 말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