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의 꽃 > 창작시

분신의 꽃

깊은 밤

우리는 바람의 끝자락을 노래했다

붉은 입술의 여인은

별들의 슬픔을 묻지 않았다

굳이, 서로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이미, 서로의 심장에 꽃을 심었다

오늘밤

가시하나가 손톱밑에 자란다.

달빛이 참 곱다

저 달에 나무하나 심고

그 밑에 나의 가시를 뽑아

지난 날의 참회가 뿌리를 내리게 한다

이제,

오래된 책장을 넘기는 나의 손에

지난날의 글귀가 공기속으로 사라지면

내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퇴화되어

나무아래 쌓이는 낙옆이 되려한다

바람은 늙지 않는 것인데, 나의 심장은

천년의 세월속에 묻어버린 유물,

마지막 책장이 남겨지면

차마,그것을 읽지 못하는 어느 여인처럼

방황하는 너의 손끝에, 나는 가시가 되지 않기위해

달아래 놓인 너의 발자국을

바람따라 흘려보낸다.

죽은 꽃들의 무덤 아래

붉은 입술의 여인이 책을 읽는다

차마, 건들지 못한

이미,지나가 버린

오늘,이루지 못한

나의 지난날의 유폐된 추억들이 책속에......

찢어진 한 장의 책속에 새겨진다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그 여인이 책을 덮고

작은 방을 나간다

남겨진 책 하나,

나의 분신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