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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55회 작성일 16-07-05 10:29

본문

 

 

 불바당 / 테우리

 

 

 

  한여름 한밤중이다

  달도 별도 동침을 거부했을 시각의 뚱한 생각

  먼 바다의 조명이 불나방처럼 느껴질 때

 

  잠녀들 물질처럼 자맥질하고 싶은,

  내친김에 곤두박질하고 싶은,

 

  불현듯, 여태 산자락을 타던 바람의 간섭이다

  불면의 시간을 툭툭 건드리며 옥상의 잡념을 물리치고 있다

  구름을 흩트리며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다

 

  잿빛 속엔 짜증이 잔뜩, 흠뻑 비를 기다리는 갈망과 더위를 물리치지 못하는 절망이 뒤섞여 망망대해를 흐느적거리

있다. 속히 시원해지기를 기다리는 가을의 조급함과 차라리 태풍의 지랄이 더 나을 것이라는 위급함이 더 멀리 휘청거

살에 휩쓸린 불길처럼 불길한 생각들로 활활 번지고 있다

 

  점점 광대불나방으로 변해버린

  어느, 덧의 시간 속이다

 

  하늘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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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얼음 연못 /이대흠
 
 
 
속 보이지 않는 얼음 연못
내 머리를 처박고 싶은,
 
생이 겨울 연못처럼 고적할 때가 있다
 
고요의 내면엔 독이 가득하다 독 있는 자들은 자신을 먼저 독에 묻는다 손대지 말라 나는 이미 위험하다 나를 가둔 얼음 연못 잎 진 나무의 가지들이 헝클어진 길을 그리고 있다
 
언 연못 함부로 건들지 마라
모든 사랑은 치명적이다
 
 
 
 
 
-----------------------
 
이대흠

 
1967년 전남 장흥 출생
1994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상처가 나를 살린다>,<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물속의 별>
현대시 동인상, 애지문학상 수상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쉬 /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농하듯 어리광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 몸, 온 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 {작가세계} (2002,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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