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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된 날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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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8회 작성일 16-07-05 12:37

본문

비가 된 날의 단상

 

이영균

 

 

시간당 300밀리가 넘는 비를 퍼부으면

고독을 넘어 서러운 마음

걷잡을 수 없이 범람한다

 

봇물이 열린 것이다. 보가 허물어진 것이다

하늘을 우러르면 수심을 벗고 수면 위로 오를 수 있을까

맑은 하늘처럼 다시 빛날 수 있을까

눅눅하고 무겁다

요란한 빗소리와 달리

빗속에 파묻히면 평온하여

깊고 고요한 그의 나라에 들어

함께 지느러미를 하늘거리며 하나 되리라 했는데

물은 고요만은 아니다

급류도 되고 소용돌이도 되어

봇물을 부수고 보를 허물어

물의 나라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그건 이미 예정된 것

빗속에 우린 물거품되어 사라질 거란 거

빗속은 습하고 음기가 차고 넘쳐 어두웠다

저 빗소리 요란해도 마음 차분해지고 시원한데

흘러넘치는 물살은 고요 대신 심술이 흙탕이다

까마귀가 까만 하늘로 날아간 뒤

비둘기가 비 갠 대지에서 새싹을 물고 왔다고 했다

수몰된 그의 나라에도 물이 빠지고

새로운 다짐이 싹 트겠지

비 젖어 아직도 어두운 저 밖

 

무겁게 주저앉는 하늘

그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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