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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속 외다리 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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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4회 작성일 16-06-26 11:46

본문

노을 속 외다리 백학

 

이영균

 

 

아직도 뇌리를 때리는 그 날의 참혹함

 

돌아온 세평 남짓 야전 막사에도

빗발치는 아비규환의 난청은 연속이었다

애써 짙은 커피 향으로 참상을 지우다

떨어뜨릴 뻔한 찻잔에 흠칫!

병사들 널브러지던 참호에서도

비정하리만큼 굳건했던 지휘관으로서의 심지가

한낱 찻잔에 더 큰 집착으로 무너짐을 느끼며

전우애보다 너 큰 사심에 일순

죄스러워 치를 떨든 기억에 잠긴다.

전사의 고귀한 희생 앞에

하찮은 찻잔을 더 귀히 여긴 못난 자신을

내동댕이치자 부서져 산산이 흩어지던

비통했던 참상의 순간들

가슴에 깊은 자상으로 남아있다

 

이름 없는 비목만 즐비한

그날의 참상 홀씨로 흩날리는 능선

돌아와 저무는 붉은 바람결에

귀를 묶고 선 노병

 

 

* 육이오 실화 한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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