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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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失踪 / 테우리
꿈결 같던 곡선의 행방은 죄다 직선이다
반세기 가까이 흘린 족적 오락가락 그 경계를 붙들고 뒤뚱거린 무중霧中 행보다
여기쯤 책보를 풀던 우리 할머니 초가집일 텐데
저기쯤 구슬치기 불알친구네 점방일 텐데
꼬불꼬불 숨바꼭질 추억거리 그 올레
지금은 어디로 묻혀버렸을까
돌부리 상처와 흙먼지 그림은 어느새 시커먼 신작로의 아스팔트가 삼켜버렸다. 마구 구겨진
지도를 도로 펼치고 구부러진 흔적을 따라 그 기억을 들추며 끄집어낸 억지의 다림질이다
홀딱 벗고 퐁당거리던 흙탕 연못, 그 소싯적 터무니를 더듬는다. 묵직한 3층 마을회관이 보란
듯, 시치미를 떼고 있다. 건너편 양철지붕 찌그러졌던 향사의 표정도 그새 탈을 바꿔 의기양양
해진 콘크리트 매무새다
아! 제멋대로 각을 세운 엇박자의 편곡
요상한 추임새들의 불협화음이다
저도 세월을 피치 못해 살짝 자리를 옮겼겠지만
그나마 딱 하나 옛 생각 그대로인 건,
우리 할머니 생전 그늘을 닮은
늙은 퐁낭*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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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방언, 팽나무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그 옛날 모습의 흔적은 어느 곳이나
개발의 뒷전에 쓸쓸한 모습입니다
자연이 본래의 모습을 잃고
현대 문명 속에 허둥대는 모습 입니다
깊은 시상, 높은 관찰력에 고개를 숙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그제 볼 일 있어 시골에 들렀다가 옛친구집 근처이겠다싶어 헤매던 생각입니다
많이 변해버린 모습이라 한참을 찾앗답니다
감사합니다
한드기님의 댓글

두고온 고향은 대부분 그짝 났죠.
그런데요. 솔직히
보상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은 뭐
추억을 깔아뭉개도 다 좋다 아니겠는지요.
물욕이 아무리 기세 드높아도
이렇게 자꾸 초심 동심을 찾고자하는 문인들의 외침이
헛발질은 아니기에
사람 사는 삶의 외침이 실종되는 건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제주,
참 오래 전에 가본 곳.
문득 그립네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제 고향이 중문관광단지 근처라 그런지 변해도 너무 변해버렸지요
마을길은 없어져버리거나 큰길로 갈려 골목길처럼 되다보니
헤맨 것이 아마 저뿐이겠습니까
ㅎㅎ
잠시 옛생각으로 더듬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옛 고향에 풍경을 그대로 옮겨 오셨군요
지금은 개발 한답시고 마구 헤쳐 안 놓았는지 모르겠군요
그사람들 눈엔 그런 풍경이 보일까요
모든게 돈으로만 보일 테지요
자알 보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그들도 고향은 있겠지요
어쩜 빨리 지워버리고 싶은 흔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개발일변도의 세상
언젠간 그 흔적조차 싸그리 사라져버릴..
그리 반갑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노정혜님의 댓글

고운 향 시에 머물다가 갑니다 감사합니다 건 필하소서
김태운.님의 댓글

잠시라도 들려주신 성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