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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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라, 실컷 울라고,
때로는 말해야 할 때가 있다
울지마라, 울지 말라고 말하면
그마저 말리면, 참 이놈의 세상
해도 해도 너무 한 것 같아
울라고도, 울지 말라고도 못하고
그냥 내가 울고 말 때가 있다
어떤 슬픔에도 물들지 않는
눈물의 수질을 잴 때가 있다
너무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놀지 못한다더니
노는 고기 한 마리 없어보이는
외로운 너의 눈물은 일급수다
어떤 슬픔도 오염 시키지 못한 눈물,
어쩌면 슬프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 있어서 목이 매이는 슬픔들은
목을 축이는 것 같다
입질 없는 찌처럼 우두커니 서서
끝내 눈물을 물들이지 못한 슬픔이
눈물의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을 볼 때가 있다
눈물은 슬픔의 오줌이 아니라서
마음의 식수라서 맑은 것이라고
기쁨도, 감동도, 지루한 하품도
눈가에 눈물을 흘리며
눈물을 마시는 것을 보면 느껴질 때가 있다
이제 실컷 울었는가?
오래 구겨 두었던 손수건처럼
모처럼 나도 젖어
눈물이 막았던 숨길을 터며
코를 풀 때가 있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눈물이 콧물과 뒤범벅일 때와 울음 삼킬 때
어느 것이 더 큰 슬픔일까요?
지금은 실컷 울고 싶어도 눈으로는 영...
땀으로만 철철 넘칩니다
감사합니다
공덕수님의 댓글

저의 시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시,
어렵지 않고
한 구절이라도 감전 될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많은 지도 바랍니다.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