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과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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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들과의 이별
아래 앞니 두 개를 빼낸 자리에
커다란 싱크홀 하나가 생겼다.
혀의 길이야 언제나 같아서
그 반경에서 만나는 것들의 익숙함이야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갑자기 생겨난 싱크홀을 지날 때마다
혀 끝을 찌르는 저항이 만만찮다
건강한 변화였다면 순응의 길을 택했을 것이나
이건 순전히 파괴를 수반한 함정처럼
익숙한 습관을 해치며 혀의 반경을 왜곡하기 일쑤다
소소한 일이라 치부하기엔
쇄잔한 기운에 더해지는 작아지는 용기
앞으로 얼마나 더 익숙한 것들과 이별을 할 것인가
거푸집을 치고 골조를 세우고 싱크홀을 매우기까지
또 맞닥뜨릴 거추장스러움에 대한 낮설음
친구의 부음을 듣던 날
싱크홀에 빠진 혀끝이 성가시게 걸리작거린다.
댓글목록
김 인수님의 댓글

아랫니 두개를 보니고 그 허허로움을 이렇게 멋진 시로 수놓으셨습니다
수만번 경험해 본 느낌에
시인님의 아름다운 표현들을 감상하니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저도 누군가 윗니를 다 잘라버리고 수많은 날 그 빈 허공때문에 보냄에 대해서 살점 덜어낸 것보다 아름을 느껴서
가슴에 감동으로 읽힙니다
아름다운 시 즐감하고 갑니다 감디골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