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어요! 알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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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그치지 않네요
일주일 동안 모아둔 잔소리도 그치지 않네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도
귓전에 방울방울 매달리는 기우들
알겠어요! 알았다니까요!
열달동안 나를 묶고 훈육하던 가죽 회초리가 배꼽에서 떨어져 나가기 무섭게 소리를 질러대던 내가 커다란 젖통을 자갈처럼 물고 배운 침묵의 맛은 달고 따뜻하고 배가 불렀어요. 여물지 못한 몸을 곧추세워 토닥토닥 때려야 뱃속까지 와닿던 깨달음들은 젖비린내가 났어요. 아홉번의 울음과 한번의 웃음으로 길들인 엄마들이 경마장의 암말처럼 당신의 질주에 내 인생을 걸게 만들었을때 이미 나는 빈털털이였죠. 깊은 본능의 지층에서 캐낸 두려움과 배고픔에 눈물을 섞고, 힘겨운 걸음마로 아장아장 밟아 반죽한 울음을 물레질 하며, 풍금을 치듯 참해져 가던 뒷모습, 왜 그녀들의 속이 그렇게 잘 타는지, 그 불구엉이에서 구워 낸 단어에다 욕망의 수족관을 헤엄치던 의미들을 발라 내어 밥알을 감추어 담고 회전초밥처럼 집어 먹으면서도 나는 몰랐죠. 원래 자식이란 배가 부르면 말을 듣지 않는 법, 엄마! 엄마의 잔소리는 디저트로 먹기에도 너무 많아요. 그리고 이가 빠지고 수세미에 긁힌 상처에 무늬가 흐려진 그릇에 담긴 걱정들은 도무지 젓가락이 가지 않아요. 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이제 내 가슴이 가마가 되어, 하나님이 초벌만 구워놓은 갈빗대 하나 구워내고 있어요. 제발, 제발, 불을 끄지 마세요.
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그러다
타들어가면 어떡하죠 ?
가죽 회초리 주인
앳가심 이시여 석촌
공덕수님의 댓글

흑흑흑, 전 초월한 선사가 아니라서 세인의 관심에 목이 마르답니다.
정석촌님! 제 시를 읽어 주셔서 너무 너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