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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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81회 작성일 17-07-16 15:32본문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초밥은 왜인들의 미덕입니다.
속셈을 감추는 것 말입니다.
고래 싸움에 등터진 세우의 탈을 쓰는 것도,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른 연어들로 변장을 하거나
물밑에 납작 엎드린 광어 행세를 하거나
결국 목적은 밥이죠.
김밥은 또 어떻고요?
아예 시꺼먼 속을 드러낼 때도
백미처럼 결백을 주장하며
가지가지 변명을 늘어 놓지요.
원래 날로 쳐먹기를 좋아해서
산사람 코를 베어가고
머리도 올려주지 못할 처녀들을
이 사람 저 사람 젓가락 드나드는
사시미 접시에 눕혔죠.
인색하면서도
깍듯하게 눈을 기시는 기술이 필요 합니다.
배워야 합니다.
맨주먹 뿐인 조센징이 맨주먹으로 만든 주먹 밥
썩어문드러진 상것들이
삼복 짚신에서 꺼낸 발 같은 홍어회
주린 것이 한이라
웃을 일 생기라고
웃는 돼지머리로 고사 지내듯
먹을 일 생기라고
먹다 죽은 돼지 창자를 터지도록 불리는 순대,
안이나 겉이나 시뻘겋게 드러내는 김치는 또 어떤가,
우리는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 멋도 모르는 조선 막사발에
승려의 밥과
사무라이의 차를 담았다는데
결국은 진실을 배워야 했던 것을
댓글목록
창동교님의 댓글
창동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의 시를 배워갑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있는 서술이
참 대단하십니다.
공덕수님의 댓글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창동교 시인님의 시야 말로 제가 여러번 읽고 배우는 시 입니다.
날씨가 덥습니다.
누가 이건 뭔가? 할 것 같아 애매한 시도 모호한 시도
정교한 시도 쓰보았으나
아무도 모르게 붓 몇 자루 망가뜨리며 얻은 결론은
진정 누구에게 말을 걸고,
누구랑 말하고 싶은가,
삼복 짚신에서 꺼낸 발을 가진 사람들이였습니다.
어렵고 난해한 시를 이해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렵고 난해한 삶도 잘 살아
시가 아니고도 많은 위안이 있는 것 같은데
책 중에서 가장 싼 책인 시집을 읽고
글 중에서 가장 짧은 글인 시를 읽고
어! 내 이야기다 하며 한 번 더 읽어볼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꼭 나 같은 인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군요.
이왕 시 쓰는 공간의 인연이니
좋은게 좋은 말들만 서로
경조사 봉투 주고 받듯이 할 것이 아니라
시 이야기 한 번 해보고 싶어서요
다들 이 더운데 시에 매달려 있는 까닭들이
궁금합니다. 건강 하십시요.
몸 아파서 죽으면 시 못 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