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12】땅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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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 이 종원 |
나트륨 불빛이 골목을 삼킬 때 |
미로처럼 벌여놓은 그물을 걷고 |
그녀가 조심스레 돌아왔다 |
빈손 맨발위로 침묵이 쏟아졌고 |
성근 빗방울에 쫒기듯 창 너머로 사라졌다 |
문턱을 건너가는 발가락 소리 |
꾹꾹 눌러 딛는 꼭짓점에 민망이 묻었다 |
도르래 달린 허름한 시름을 열고 |
문지방 건너편 외면이 잠들어 있다 |
어제도 그제도 그랬듯이 |
해에 이끌려 문 밖으로 나갔지만 |
수확 없이 어둠에 밀려 어둠 속으로 돌아갔다 |
사방으로 수 십겹 그물을 펼쳐도 |
허공에 걸린 헛손질 |
먹이를 향한 가성 또한 궤적만 묻었다 |
이슬을 피한 처마 밑에서 |
밤새 창과 칼을 갈고 또 가는 사이 |
그녀의 두께가 얇아졌고 다리도 짧아졌다 |
이른 새벽 눈부신 속삭임에 |
지도를 그리려 일으킨 걸음이 무겁다 |
타닥타닥 먼지를 뚫고 걸어가는 뒷모습에 |
해의 뼈가 보인다 |
침묵을 걷어내려 또 다른 침묵속으로 들어서지만 |
내일은 하얗게 태양과 마주하리라 |
댓글목록
현탁님의 댓글

땅거미가 막 깔리면 우린 엄마를 생각하고 집을 생각하고 편안한 그 무엇을 향한 욕망은 왜 충동질하는 걸까요
얇은 어둠이 마음을 끌고 갈 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지도...
땅거미의 침묵 속에 다녀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이야 대낮처럼 불 밝히지만, 어릴적 땅거미는 밤과 휴식과 잠으로 대변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지금, 경제의 땅거미는 점점 낮을 잠식해가는 땅거미가 되어 젊을을 갉아먹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해에게로 나아가려는 발버둥, 그리고 마침내 해가 되는 경계에서 불안한 하루를 엿보게 됩니다
잘 지내시지요????
이젠 시의 경지에서 원하는 바에 성큼 다가서 있겠지요???
오영록님의 댓글

아~~이시 참 좋네요..//해의 뼈가 보인다
밤새 창과 칼을 갈고 또 가는 사이
그녀의 두께가 얇아졌고 다리도 짧아졌다
캬~~좋아요.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영록 형님의 글에 비하면 멀었지요!!!!
그래도 격려에 힘입어 머리와 가슴의 바다를 잠수해봐야 하렵니다.
늘 활자와 문장과 시와 글과 함께 섞여사시는 형님의 모습이 가득합니다
좋은 날 지으시길요..
시엘06님의 댓글

/내일은 하얗게 태양과 마주하리라/
결구가 마음속에 남아 감동을 주네요. 글 전체에 절절한 심정이
묻어나 마음의 한 풍경을 아름답게 펼쳐놓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이종원 시인님 시를 대합니다. 멋진 시에 잘 감상했습니다. ^^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비오는 아침에 시인님과 대면합니다.
어젯 밤엔 일과 빽빽한 배틀을 치루셨겠지요???
그 틈을 비집고 일어서는 시의 기운은 창과 칼처럼 예리합니다
예리함을 휘둘러 창필하시길 바랍니다.
활연님의 댓글

종원형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잘 계시지요.
다정, 다정~
늘 친근, 근친한 표정과 마음
그리고 시에 대한 집요한 추궁!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활샘!!! 반가움에 내미는 손 덥석 잡습니다
어디 시로만 살아가는 시마을, 세상이겠습니까?
자주 볼 수 없어도 마음으로 연결된 길을 가고 있다면 동행이 아니겠습니까?
자주 못 온 몇달간이라 겸사로 안부 놓습니다
건강하시며 많이는 아닐지라도 조금씩 소원하는 바 곁으로 다가섰으면 합니다. 무엇이든지....
고맙습니다.
향일화님의 댓글

시인님의 좋은 시에서 안부 전합니다.
푸근한 모습 만큼이나
시인님의 시향도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
머물다 간 흔적 남깁니다.
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고
시원한 일들 많아지는 계절 되세요^^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향일화 부회장님!!!
낭송으로 졸시를 읊조려주시더니 이렇게 발걸음까지 놓아주십니다
저도 반가운 안부 전합니다.
늘 무슨 일에든지 앞장서시고 달려가시는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부회장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비 내리는 날이지만, 행복한 기운으로 가득 넘쳐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