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8] 어느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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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길목에서 / 테우리
할아버지의 큰길은 이미 세상에 없었답니다. 할머니 길은 늘 고르고 다져도 길 같은 표시가 나질 않았지요. 돌멩이들조차 멀미할 것처럼 울렁거렸으니 소나 말도 삐거덕거리던 굴곡진 자갈밭이었으니까요. 당신의 처지가 곧 당신이 낳은 기둥뿌리였으니, 그 잘난 아가리의 욕심을 마냥 꾸역꾸역 채워줘야했겠지요. 마치 터진 항아리 같았을 겁니다. 곁가지로 이어붙인 골목길 같은 어머니 길도 겨우 내디디던 외로운 길이었지만, 사실 버림을 받다시피 형편없는 길이었답니다. 물론 그 길마다 제한속도며 길이와 폭이 제각각이겠지만, 누나와 나 그리고 동생의 길도 결코 순탄치 않은 비포장도로였지요. 그나마지만 그렇다고 썩 그다지도 아니었지만,
다만, 딱 하나 잘 포장되던 신작로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의 길이었지요. 죽을 때까지 당신을 부처처럼 공양하며 인도할 것이라 착각하며 맹신하는, 언젠간 사라질 길이지만 이제 그만 폐쇄해버리고 싶습니다
글쎄요, 잘난 놈들 요즘 행태처럼 제 식구 감싸기로 모른 척 할까요
아! 천상천하에 버르장머리 없는 저 잘난 지팡이
오늘따라 쑤시다 만 부지깽이처럼 비치는데
지금도 늙은 지어미 심장을 쿡쿡 찌른답니다
지켜보는 내 눈알도 빠개질 것 같습니다
모가지마저 울컥거린답니다
따라, 이 집구석에 비친 버르장머리 없는 나
고민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중입니다
어찌할까요?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그 옛날 정감어린 길을 보는 듯 합니다.
유아독존 포장 된 길 보다
인생의 한이 서린 그 길이
마음에 남습니다.
가족과 길, 심오한 문장이 감동 입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길 / 테우리
나의 길, 너의 길, 그리고 우리의 길
그 길은
각각의 얼룩이다
각각의 굴곡이다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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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은영숙님의 댓글

김태운님
안녕 하십니까? 반갑고 반가운 우리 시인님!
길을 보고도 가족을 비유 여러 형태의 길로 생각하게 하는
심오한 시를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행보 되시옵소서
아우 시인님!! ~~^^
김태운.님의 댓글

길이 곧 우리 인생의 척도라 생각햇지요
각자 걸어온 길이 각자의 삶을 반영하는 듯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