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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껴입은 윗도리를 바위에 벗어 두었다.
갓 장가 든 신랑처럼 손을 내미는 햇볕에
우리 남매는 한 꺼풀씩 벗겨지고
마을 어귀 `내래 마을` 바위는
바짝 몸이 달아올랐다.
소변보듯 쪼그리고 앉은 여동생의
다리 사이엔 핏기 잃은 입술 같은
파란 제비꽃이 가득 입을 내밀었고
동생은 나비는 보이지도 않는다며
줄기를 꺾어 댔다
가는 목 줄기는 마른가지처럼 경쾌하게 부러지고
수레는 빈 소리 요란하게 우리 앞을 지나갔다
한 할머니 빨간 소쿠리 머리에 인 채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고
옆에 있던 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쿠리를 뺏어 들고는
참새 발같은 손으로 고목나무 같은 어깨를 주무르는데
나는 그늘 뒤로 몰래 몸을 숨겼다
할머니가 지나가고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여동생의 품 안엔 꿀떡이 가득 안겨 있었는데
꼬질꼬질 한 옷 위에 참, 꽃 같이 담겨져 있었다
두 볼 꽉 찬 동생의 입가에 묻은 달콤한 윤기가
봄볕에 반짝이고 있었다
댓글목록
코스모스갤럭시님의 댓글

고향의 정서가 묻어나는 그야말로 시의 만찬입니다. 백미입니다.
꿀처럼 흐르는 언어의 소재들과 이야기들의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별과를 대하는 기분입니다.
museum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 감상평 적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