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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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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museu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49회 작성일 17-07-12 21:44

본문



껴입은 윗도리를 바위에 벗어 두었다.

갓 장가 든 신랑처럼 손을 내미는 햇볕에

우리 남매는 한 꺼풀씩 벗겨지고

마을 어귀 `내래 마을` 바위는

바짝 몸이 달아올랐다.

소변보듯 쪼그리고 앉은 여동생의

다리 사이엔 핏기 잃은 입술 같은

파란 제비꽃이 가득 입을 내밀었고

동생은 나비는 보이지도 않는다며

줄기를 꺾어 댔다

가는 목 줄기는 마른가지처럼 경쾌하게 부러지고

수레는 빈 소리 요란하게 우리 앞을 지나갔다

한 할머니 빨간 소쿠리 머리에 인 채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고

옆에 있던 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쿠리를 뺏어 들고는

참새 발같은 손으로 고목나무 같은 어깨를 주무르는데

나는 그늘 뒤로 몰래 몸을 숨겼다

 

할머니가 지나가고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여동생의 품 안엔 꿀떡이 가득 안겨 있었는데

꼬질꼬질 한 옷 위에 참, 꽃 같이 담겨져 있었다

두 볼 꽉 찬 동생의 입가에 묻은 달콤한 윤기가

 

봄볕에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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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코스모스갤럭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코스모스갤럭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향의 정서가 묻어나는 그야말로 시의 만찬입니다. 백미입니다.
꿀처럼 흐르는 언어의 소재들과 이야기들의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별과를 대하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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