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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은 마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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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최승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37회 작성일 16-05-17 09:07

본문

  

옛집은 마늘밭


                  최 승 화

     

내가 자란 옛집에 어머니 마늘 심었다

감나무 한 그루도 없었던

채송화 심었던 담장은 무너지고 시멘트로 쌓아 놓은 벽

수돗가에 등목하던 웃음은 어디로 갔을까

숭숭 뚤린 구멍으로 바라다 보이던 마루는 가난에 떨었다

초가 지붕을 올리던 날 짚단을 나르던 나는 어디로 갔나

동생을 업고 달래던 키 작은 누이와

술 드시고 방안에 누워 계셨던 아버지

텔레비젼은 없었다

라디오도 없었다

방 뒷편에는 고구마 두지에서 썩어가는 냄새도 났다

모두가 어디로 가고

마늘이 가득하다

마늘

마늘

마늘

위로 쫑지가 올라오고 있다

누가 저 쫑지를 뽑아야 하는데 뽑아야 하는데

슬며시 들어간 밭에 서서

홀로 쫑지를 뽑는다

가난을 뿌리채 뽑고 싶은데

우선 쫑지를 뽑고 돈도 안되는 마늘은 조금 있다가 뽑자

한 아름 들고 나온다

허리 굽은 어머니 언제 오셨을까

웃고 있다 아니

울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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