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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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歸巢 교육 / 테우리
때가 때인만큼 늙은 연어의 본능이 비쳤을까, 모처럼만의 모천회귀다
지긋지긋한 도시인의 굴레를 벗고자 대신 귀농의 포부를 새 삶의 명분으로 품었다
오늘은 거창하게 미래에 닥칠 온난화 시대에 걸맞는 영농교육을 받는답시고 실습을 간다
파릇파릇한 30대에서 노르스름한 60대까지 대략 80명, 여행을 떠나는지 들뜬 차림새들 고만고만 멋진 여자 멋진 남자들이다. 번들번들한 리무진 관광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현장으로 갔다. 미리 도착한 실습생들 중엔 삐까삐까한 외제차도 있다. 하물며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젊은이도 있다. 두꺼비집인지 참새집인지 서울에 집이 몇 채 있다는 부자도 있다. 조용히 듣기만 하는 꽤 묵직한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그 내막까지 깊이 들여다 볼 첨단현미경도 없고, 농사가 천사인지 만사인지 혹은, 농.자.천.하.지.대.본인지 말씀들 조각 조각 충천衝天의 사기사발이다
개중에 쫓겨난 개처럼 기죽은 자는 너무도 낯익은 자
여태, 農을 弄으로만 여기던 철딱서니
딱, 하나인 것 같고
올렛길 돌담길 돌고 돌아 망고인지 용과인지 비닐하우스 과수원길 따라 다시 돌고 돌아가는데
언젠가 돌다 만 연자방아가 고향을 떠올리며 곁눈질하는 작자를 거들떠본다
현재와 과거가 삐걱삐걱 뒤틀리는 가운데 마침내 발길 닿은 곳
아! 귀촌에 딱 어울리는 저 초가집 마당
지금 당장 저렇게 살고 싶다
초라한 터무니에서 잔잔한 그리움이 비치는
저 옛 그림들처럼
뒤란 텃밭엔 날 닮은 고구마와
그녈 닮은 감잘 심고
정말 촌스럽게
댓글목록
쇠스랑님의 댓글

귀농에 대한 낭만만 가지고 농사를
지을려는 사람들이 꽤 많튼데요
농사 짓는 일을 누구나 쉽게 생각하는데
각오가 진정 진지하고 열과 성의를 한다면,,,
시인님 저녁 좋은 시간 되십시요.
김태운.님의 댓글

그러게 말입니다
요즘 제가 그 교육을 받는 중이랍니다
겨우 그걸 받고 농사를 짓기에는 무리인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꼭 성공을 빕니다.
아마도 충분히 가능할 것은 느낌 입니다.
생각과 내면의 관찰이 남다른 면이
엿보이는 것 같습니다.
꿈같은 정원이 이세상에 회자될
그 순간을 기다려 봅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ㅎㅎ, 성공은 무슨...
졸업을 준비하는 과정이지요
연어의 귀소처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