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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닦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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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49회 작성일 16-05-17 23:22

본문

꽃의 물결이 산에 오르고
단풍의 물결이 산을 내려갑니다.
산사에 눈이 내리면
사람의 발길이 뜸하더이다.

묵은쌀 한 줌 풀어
새를 불러들이게 되었습니다.
도둑고양이 산에 오르면
여지없이 짝을 찾아 새끼를 낳고
산을 내려갔습니다.

개도 목탁소리에 꾸벅꾸벅 참선하는
절 마당의 댓돌에 부리를 비비는 까치 부부가
시주 한번 없이 공양 간에 쌀을 비워도
나른 나른 오후의 햇살이 자비롭습니다.

겨울나무가 몸을 녹이고
막혔던 길이 제 모습을 찾는 봄이 오면
모든 것을 다 덮어 둔 눈이
새 생명을 소생합니다.

골골 깊은 계곡에 물이 흐르면
그 사납던 바람도 순한 양처럼 잠들고
무심 바위들이 시냇물을 가둔 면경에
하늘은 욕심 없이 가득했습니다.

들판의 곡식들이 황금 물결로 출렁이면
비루하고 남루한 것은 사람의 마음
행색을 탓하지 않는 풍요가
산을 내려가 들을 적신 까닭입니다.

묵언 수양은 마음으로 귀를 닦는 일이요
귀를 닦음은 세속에 눈을 씻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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