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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어제는 지하철에 우산을 놓고 내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키작은 팬지꽃의 눈물을 외면하였습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필요한 물품 목록을 적어둔 수첩을 분실하였고,
오늘은 친구와 밥을 먹다가 허기를 채우자
그만 친구를 두고 와버렸습니다
내가 그들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있을 때
그들은 내게서 멀어지며 어떤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었을까요
베란다에 나가 밤하늘을 보니
별들은 모두 사라져버렸고
달도 뜨지 않은
외롭고 허전한 밤입니다
어제까지 밝은 빛을 뿌리던 길 건너 교회 첨탑의 십자가마저 빛을 잃고 어둠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 순간 갈 곳 없는 어린 양들은 또 얼마나 긴긴 밤을 헤매게 될까요
신이시여, 저는 스물 다섯 살 무렵 서울역에서
당신을 놓쳐버렸습니다
저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아직 돌아가지 못하는 저의 주인은 여전히 당신인가요 당신마저 나를 버리셨나요?
내게서 떠난 것들은 어디에 가야 찾을 수 있나요
분실물 센터에 가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니면 미아처럼 떠돌고 있을까요
혹시 나도 영원히 사라질 그 순간을 위해 시간을 잃고 있지 않나요
점점 소멸해 가는 나를 붙잡고
꺼져가는 촛불처럼 홀로 눈을 감고 앉아있습니다
어느 먼 은하로부터 불어왔는지 모를 바람이 스쳐가는 인연에 대해 가만히 속삭이다
어디론가 흩어집니다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올리니
찻잔 속에서 고요히 빛나는 별들과 초승달!
내가 잃어버린 시간을 넘어 누군가는 간혹 날 다시 찾아오기도 하나봅니다
댓글목록
해돋이1님의 댓글

조아요 조아요 끝내줍니다
시도 좋고 노래도 좋고
시가 참 맑고 좋다 좋아요 맑음 마음에서 품어내는 별빛들
요즘 뭐 어찌 된겨 아닌가요
밑에 또 있네요..
거미줄같이 줄줄줄 막나옵니다요..
조경희님의 댓글의 댓글

ㅋㅋ쑥스~
이글은 밥먹다 생각나서 쭉쭉 써봤고요
아랫글은 얼마 전 써놓은 거 조금 퇴고한거야요
요즘 듣는 음악이라 한번 올려봤습니당
풀하우스님 평안한 밤 되십시오^^
은영숙님의 댓글

조경희님
안녕 하십니까? 반가운 선생님!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많은 생각 속에서 머물다 가옵니다
해 시인님 말슴대로 끝내 줍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고운 밤 되시옵소서
선생님!^^
조경희님의 댓글의 댓글

잘 지내시죠
졸시에 과찬이십니다
은영숙 시인님, 시마을에서 즐거운 시간 되시고
행복한 하루 만나십시오^^
그믐밤님의 댓글

우리는 다들 무엇인가의 끝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 순간처럼 절박하게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손아귀에 꽉 잡고 있었던 것 같은 데 모래처럼 빠져나간 것들이 그리워지는군요.
고맙습니다. 건승하세요~
조경희님의 댓글의 댓글

아공 그믐밤님께서 다녀가셨네요
좋은 시 읽으며 잘 배우고 있답니다
아름다운 오월에 그믐밤 님께서도 건승하시고
오늘도 즐거운 시간 꽉 채우시길 바랍니다^^